#12 뉴질랜드에서 뭘 먹냐면요.
지금 사는 곳은 남편이 일하는 카페 매장의 바로 윗 층, 한국 기준으로 2층이다.
계단을 올라오면 방 세 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를 우리가 사용하고 있다. 부엌은 영업이 끝난 후의 카페 주방을 쓰고 있다. 낮 시간 때 한 끼는 카페에서 직원 식사할 때 같이 챙겨 주시고, 카페 영업이 세 시에 끝나고 나면 남는 샌드위치나 빵을 간식으로 먹는다. 버려지는 게 아깝기도 하지만 맛있어서 먹는다.
한국에 있을 때도 사람 많은 데를 좋아하지 않다 보니 집 밥을 많이 먹는 편이었다. 적어도 하루에 한 끼는 집 밥이고 하루에 한 끼는 꼭 쌀밥을 먹었다. 보통 아침에는 토스트를 먹고 점심에는 밥, 저녁에는 탄수화물을 덜 먹으면서 나름의 체중관리를 했다.
뉴질랜드에 오고 한동안 밀가루 위주로 먹다 보니 속이 한 번씩 뒤집혀, 결국 내가 끼니를 준비할 때는 한식 위주가 되었다. 다행히 오클랜드는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동네라 한인마트에서 웬만한 재료를 다 판다. 자주 먹게 되는 건 미역국, 소고기 뭇국, 콩나물 불고기, 떡볶이 정도. 가끔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고 싶은 날엔 남편을 꼬드겨 소고기나 연어 스테이크를 구워 달라고 한다.
한 두 달 머물 생각이면 현지식 삼시 세끼를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겠건만 장기 전이라 체력유지 하려면 소화가 잘 되는 걸 먹어야 한다.
외식은 이제 몇 군데 가는 곳이 정해졌다.
가장 자주 가는 곳은 이웃 중국 서북 음식점, 많이 자극적이지 않고 가정식 느낌이다. 예전에는 아들 부부랑 넷이서 운영하셨다는데, 코로나로 장사가 잘 안 되면서 아들 부부는 다른 곳에서 일하고 지금은 노부부 두 분이 계신다.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는데 지금 아주머니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다. 내 더듬더듬 중국어를 신기하게도 잘 알아듣고 좋아해 주니 밤 시간대에 아저씨 혼자 계실 때도 운동 끝나고 양꼬치를 한 번씩 사 먹게 된다.
그리고 시티 중심가에 있는 태국 음식점. 뉴질랜드에 오기 전 태국 여행에서 신나게 먹은 태국요리를 뉴질랜드에서도 먹는다. 뉴질랜드 물가 대비 저렴한 편이지만 태국보다 많이 비싼 가격, 다행히 태국에서 맛있게 먹던 맛이다. 처음 갔을 때 “사왓디카” 인사했더니 우리 부부가 태국 사람인 줄 알았단다.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가다 보니 주인아주머니랑 조금은 친해져 갈 때마다 살갑게 맞아주신다.
그 외에는 시티에 오랫동안 그 맛과 자리를 지키고 있는 햄버거 가게와 날씨 좋은 토요일이면 남편 퇴근과 동시에 달려가는 타카푸나의 피시앤칩스 가게까지.
종종 다른 카페에 브런치랑 커피를 먹으러 가고 기념일에는 분위기 좋은 음식점에 가서 기분도 낸다. 해산물이 싱싱하고 맛있어 참 좋은 이 동네. 회는 물컹한 식감 위주라 광어나 방어가 떠오르는 날들이 있다. 연어회라도 실컷 먹을 수 있는 게 다행이겠지. 나름 서양 국가에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 입맛에 맞는 식단으로 살고 있다.
가장 아쉽고 생각나는 메뉴를 꼽으라면 엄마가 집에서 해주는 김밥과 병천순대 듬뿍 들어간 순대국밥이다. 최근 순대국밥이 너무 먹고 싶은 나머지 한인마트에서 순대를 사서 끓여보았는데, 당면순대라 아쉬움이 채워지지 않았다. 한국 신혼집 근처에 있던 병천순대집에서 둘이 각자 순대국밥 한 그릇씩에 소주 한 병 해서 이만 원이면 든든한 한 끼였는데, 그립다. 소주만 해도 주류판매점이서 한 병에 8~9천 원이니, 지금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사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