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Davinci Resolve>

툴로 읽는 디자이너의 진화 1.0

by 콜드포인트

다빈치 리졸브는 영상 업계의 표준 색보정 도구로 출발하여, 통합형 후반 제작 솔루션으로 진화해왔다. 단순한 컬러 그레이딩 소프트웨어에서 편집, 시각효과, 오디오, 그리고 최첨단 인공지능 기능까지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 변모한 이 소프트웨어의 역사는, 기술의 혁신과 창작자들의 요구가 어떻게 만나 무언가 위대한 것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감동적인 사례다.


다빈치 리졸브의 진화 과정을 나타내는 버전별 발전 과정


뿌리: 하드웨어 기반의 색보정 시스템에서 소프트웨어로의 도약

다빈치 리졸브의 역사는 2003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다빈치 시스템즈 (Davinci Systems)라는 회사가 개발한 이 도구는 영화 필름 스캔과 색재현, 텔레시네 작업에 필요한 전문적인 색보정을 위해 탄생했다. 원래 다빈치 클래식 (1985년), 다빈치 르네상스 (1990년), 다빈치 2K (1998년) 같은 고가의 하드웨어 기반 시스템들이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전유물이었던 시대를 거쳐, 리졸브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해상도 독립적 도구로서 등장했다. 처음 출시된 2004년 버전에서는 색보정 도구 (Resolve DI), 시각효과 도구 (Resolve FX), 그리고 2K 해상도 처리 도구 (Resolve RT)라는 세 가지 구성으로 시작되었지만, 모든 기능이 전용 하드웨어 컨트롤러에만 통합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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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과 함께 2008년 R-100, 2009년 입체 3D R-360-3D 같은 모델들이 독점 하드웨어를 엔비디아 CUDA 기반 GPU로 대체하면서, 다빈치 리졸브는 일반 데스크탑 컴퓨터에서 구동 가능한 미래로 나아갔다. 2009년은 다빈치 리졸브 역사에서 결정적인 해였다. 호주의 영상 기술 회사 블랙매직 디자인 (Blackmagic Design)이 다빈치 시스템즈를 인수하면서, 엔지니어링 팀을 유지하고 가격 정책을 완전히 뒤엎었기 때문이다. 블랙매직 CEO 그랜트 페티는 리졸브의 가격이 10만 달러 미만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선언했고, 2010년 나스 쇼에서 그 약속을 지켰다. 소프트웨어 전용 macOS 버전은 995달러, 고급 컨트롤 표면을 포함한 버전은 29,995달러, 리눅스 버전은 19,995달러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확장: 편집과 모션그래픽의 통합

다빈치 리졸브의 진정한 변신은 2017년 버전 14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페어라이트 (Fairlight) 오디오 편집기가 소프트웨어에 내장되면서, 리졸브는 프리미어 프로 (Premiere Pro) 같은 종합 편집 도구로의 노선 변경을 공식화했다. 색상 보정이라는 핵심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선형 편집 (Nonlinear Editing) 시스템을 통합한 것이다. 2018년 버전 15에서는 모션그래픽 도구 퓨전 (Fusion)까지 하나로 합쳐지면서, 다빈치 리졸브는 진정한 의미의 올인원 솔루션이 되었다. 컷 페이지 (Cut Page)를 통한 빠른 편집, 에딧 페이지 (Edit Page)를 통한 상세 편집, 퓨전 페이지 (Fusion Page)를 통한 시각효과와 모션그래픽, 컬러 페이지 (Color Page)를 통한 색보정, 페어라이트 페이지 (Fairlight Page)를 통한 오디오 편집이 모두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가능해졌다.


DaVinci Resolve 14.1


가격 정책도 합리적으로 조정되었다. 2017년 무료 버전이 FHD (1920x1080) 해상도까지만 출력 가능하도록 제한되어 출시되면서, 전문가급 기능은 유료 스튜디오 버전으로, 진입용 기능은 무료 버전으로 명확히 나뉘었다. 이는 블랙매직 디자인이 소프트웨어만 판매하는 어도비 (Adobe)와 다른 기업 전략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블랙매직은 카메라, 컬러 그레이딩 패널, 오디오 콘솔 같은 하드웨어를 함께 판매하기 때문에, 리졸브가 널리 퍼질수록 자신의 하드웨어 생태계도 함께 성장한다는 계산이 있었던 것이다.


신경망의 시대: 인공지능 기능의 도입

2019년 버전 16 출시 때 컷 탭 (Cut Tab)이 새로 생기면서 빠른 편집을 위한 전용 인터페이스가 추가되었고, 2020년 11월 버전 17의 등장은 다빈치 리졸브에 인공지능의 시대를 열었다. 스튜디오 버전에 다빈치 뉴럴 엔진 (DaVinci Neural Engine) 기능이 추가되면서, 얼굴 인식, 객체 감지, 스마트 리프레임, 스피드 워프 리타이밍, 슈퍼 스케일, 자동 색상 보정 및 색상 매칭 같은 AI 기반 기능들이 하나둘 탑재되기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 13일 베타 버전 17.1은 애플 실리콘 (Apple Silicon)에서 네이티브로 구동 가능해지면서, M1 칩셋의 뉴럴 엔진을 그래픽 가속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버전 18에서는 블랙매직 클라우드 (Blackmagic Cloud) 협업 기능과 깊이 맵 (Depth Map) 같은 고급 AI 도구들이 추가되었으며, 공식적으로 한국어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2022년 11월 정식 버전 18.1 출시 이후 애플 실리콘 버전에서의 성능은 버전 17 대비 폭발적으로 향상되었다. 버전 19 (2024년 4월 출시)에서는 인텔리트랙 AI (IntelliTrack AI) 포인트 트래커와 울트라NR (UltraNR) 공간 노이즈 감소 같은 더욱 정밀한 AI 도구들이 추가되었고, 2024년 기준으로 윈도우에서도 프로레스 (ProRes) 코덱 직접 출력이 가능해졌다.


현대: 완전한 AI 통합과 워크플로우 혁신

2025년 5월 출시된 버전 20은 다빈치 리졸브의 가장 획기적인 대변화를 이끌어냈다. 100개 이상의 신규 기능과 함께 스크립트를 자동으로 타임라인으로 변환하는 AI 인텔리스크립트 (AI IntelliScript), 음성에 맞춰 자막이 살아 움직이는 AI 애니메이션 자막 (AI Animated Subtitles), 발화자를 감지하여 카메라 각도를 지능적으로 자동 전환하는 AI 멀티캠 스마트스위치 (AI Multicam SmartSwitch), 그리고 오디오를 분석해 전문적인 믹스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AI 오디오 어시스턴트 (AI Audio Assistant) 같은 혁신적 기능들이 탑재되었다. 대사의 톤, 레벨, 공간감까지 자동으로 맞춰주는 다이얼로그 매처 (Dialogue Matcher)도 추가되어, 서로 다른 환경과 기기에서 녹음된 음성을 매끄럽게 통합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다빈치 리졸브는 무료 버전과 유료 스튜디오 버전의 이중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무료 버전도 4K 60fps까지 출력 가능하며, 대부분의 핵심 편집, 색보정, 모션그래픽, 오디오 기능을 지원한다. 단지 4K 이상의 해상도, 10비트 이상의 비트 심도, 고급 AI 기능, 다중 GPU 가속, HDR 그레이딩 같은 전문가급 기능과 협업 도구들이 스튜디오 버전에만 제한되어 있다. 2025년 현재 한국에서 스튜디오 버전 라이선스 가격은 약 51만 원대로, 한 번 구매하면 무제한으로 업데이트를 무상 제공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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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진화와 산업 영향

다빈치 리졸브가 걸어온 경로는 단순한 기능 추가의 역사가 아니다. 이는 할리우드 영상 제작의 표준을 선도해온 색보정 기술이, 어떻게 일반 크리에이터들도 사용할 수 있는 접근성 높은 도구로 민주화되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다. 원래 아파트 한 채 값을 상회하던 전용 워크스테이션에서만 구동되던 소프트웨어가, 일반 데스크톱 리눅스, 윈도우, macOS에서 작동하도록 포팅되었고, 최종적으로는 클라우드 협업과 AI 기반 자동화까지 갖춘 현대적 솔루션으로 거듭났다. 리눅스 버전을 계속 지원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프리미어 프로, 파이널 컷 프로 같은 경쟁 소프트웨어들이 리눅스를 포기한 반면, 다빈치 리졸브는 오픈 소스 커뮤니티를 존중하는 블랙매직의 철학을 반영하듯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 기능의 통합은 다빈치 리졸브를 단순한 편집 도구에서 창작자의 조수로 전환했다. 과거 색보정이라는 고도의 숙련이 필요한 작업만 자동화했다면, 이제는 영상 편집의 모든 단계—스크립트 분석, 클립 선택, 자막 생성, 음성 보정, 배경 흐림 효과 적용—에서 AI가 창작자를 돕는다. 이러한 변화는 영상 제작의 접근성을 한층 낮춤과 동시에, 창작자들이 기술적 문제 해결보다 창의성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


결론: 계속되는 진화의 여정

다빈치 리졸브의 21년 역사 (2004년부터 2025년)는 기술의 혁신이 어떻게 창작 문화를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색보정의 전문가 도구에서 시작하여, 종합 편집 솔루션으로, 그리고 이제는 AI 기반의 지능형 협업 플랫폼으로 진화한 이 소프트웨어는, 영상 업계의 표준이자 많은 독립 크리에이터와 유튜버들의 신뢰받는 동반자가 되었다. 블랙매직 디자인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하고,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며,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유지하는 한, 다빈치 리졸브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 같다. 기술이 사람의 가능성을 넓혀주는 진정한 의미의 도구가 되는 순간, 그것이 바로 창작자들의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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