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FLASH>

툴로 읽는 디자이너의 진화 1.0

by 콜드포인트

인터넷 초창기 웹 애니메이션의 대명사였던 플래시(Flash)는 1996년 처음 탄생한 이래 25년의 세월 동안 웹 표준을 주도했다. 그러나 2020년 12월 31일 공식적으로 지원이 종료되면서 웹 기술사의 한 장을 넘기게 되었다. 이 글은 플래시의 탄생부터 HTML5로의 전환, 그리고 애니메이트 (Animate)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진화하는 과정까지, 웹 기술의 변화를 함께한 이 도구의 전체 여정을 담아낸다.


플래시의 시작: 펜 컴퓨터의 꿈에서 웹의 혁신까지

플래시의 역사는 1990년대 초 펜 기반의 태블릿 컴퓨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나단 게이 (Jonathan Gay)라는 고등학생은 1980년대 애플 II (Apple II) 컴퓨터에서 프로그래밍을 시작하면서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1993년 퓨처웨이브 소프트웨어 (FutureWave Software)는 스마트스케치 (SmartSketch)라는 벡터 그래픽 드로잉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지만, 펜포인트 (PenPoint) 운영체제의 실패로 인해 처음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회사는 이 기술을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와 매킨토시로 옮겨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인터넷이 급속도로 성장하자 퓨처웨이브는 벡터 기반의 웹 애니메이션 도구의 가능성을 깨달았다. 1995년 스마트스케치에 프레임 단위의 애니메이션 기능을 추가한 후 퓨처스플래시 애니메이터 (FutureSplash Animator)라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온라인 TV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이 소프트웨어를 채택했고, 디즈니 온라인과 폭스 브로드캐스팅도 뒤따랐다. 어도비 (Adobe)는 초기에 이를 인수할 기회를 놓쳤지만, 1996년 12월 매크로미디어 (Macromedia)가 퓨처스플래시를 인수하면서 플래시의 진정한 역사가 시작되었다.


매크로미디어 플래시 1.0은 1996년 12월 18일 공식 출시되었으며, "플래시"라는 이름은 "퓨처"와 "스플래시"를 결합한 것이었다. 초기 버전은 기본적인 편집 도구와 타임라인만을 갖추었지만, 작은 파일 크기와 무료 플레이어 플러그인은 느린 다이얼업 인터넷 연결에 이상적이었다. 매크로미디어는 플래시 플레이어를 무료로 배포하여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고, 2005년에는 전 세계 컴퓨터에서 자바, 퀵타임,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보다 더 많이 설치된 웹 미디어 형식이 되어 있었다.


tempImageBpLuKP.heic Macromedia Flash 1996


기능 진화의 시대: 액션스크립트와 멀티미디어의 통합

플래시가 단순한 애니메이션 도구에서 웹 응용 프로그램 플랫폼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점진적이었지만 혁명적이었다. 초기 버전들은 단계적으로 기능을 추가했다. 1997년 플래시 2는 오브젝트 라이브러리와 동기화된 사운드 지원을 추가했으며, 1998년 플래시 3은 무비클립 (MovieClip) 요소와 자바스크립트 플러그인 통합, 알파 투명도를 도입했다. 1999년 플래시 4는 내부 변수와 입력 필드, 고급 액션스크립트 기능을 제공했다.


진정한 전환점은 2000년 플래시 5의 출시였다. 이 버전에서 액션스크립트 1.0이 처음 도입되었으며, 이는 자바스크립트와 유사한 구문을 가진 이씨엠에이스크립트 (ECMAScript) 기반 프로그래밍 언어였다. 액션스크립트는 단순히 프레임을 이동시키는 수준을 넘어 복잡한 상호작용과 자동화를 가능하게 했다. 개발자들은 버튼과 액션스크립트를 결합하여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진정한 대화형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tempImageDbyzv6.heic 2000년에 김재인이 플래시 에니메이션으로 발표했던 <마시마로>


2002년 플래시 엠엑스 (Flash MX, 버전 6)는 비디오 표준을 재정의했다. 소렌슨 스파크 (Sorenson Spark) 코덱이 통합되면서 플래시는 크로스 플랫폼 호환성을 갖춘 신뢰성 있는 비디오 플레이어가 되었다. 이전에는 다양한 브라우저와 운영 체제에서 비디오를 구동하기 어려웠지만, 플래시 엠엑스는 이를 간단하게 해결했다. 2003년 플래시 엠엑스 2004 (버전 7)는 액션스크립트 2.0을 출시하여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을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자바스크립트 포 플래시 (JavaScript for Flash, JSFL)는 개발자가 편집기 내에서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게 해주었다.


2005년 플래시 8은 그래픽 기능의 대폭 업그레이드를 가져왔다. 블러, 드롭 섀도우, 글로우 등의 필터와 포토샵 (Photoshop)과 유사한 블렌드 모드가 추가되었으며, 온투 브이피 식스 (On2 VP6) 고급 비디오 코덱과 알파 투명도 비디오 지원이 도입되었다. 플래시 8은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버전 중 하나가 되었으며, 많은 개발자들이 이 버전을 애용했다.


어도비 시대의 시작: 액션스크립트 3.0과 하드웨어 가속

2005년 어도비가 매크로미디어를 인수하면서 플래시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2007년 어도비 플래시 씨에스3 (Adobe Flash CS3, 버전 9)의 출시는 플래시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적 도약이었다. 액션스크립트 3.0이 새로운 가상 머신 에이브엠2 (AVM2, ActionScript Virtual Machine 2)와 함께 도입되면서 레거시 코드와의 하위 호환성을 유지하면서도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액션스크립트 3.0은 이전 코드보다 최대 10배 빠르게 실행되었으며, 진정한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 모델을 제공했다.


tempImageExE2Oq.heic 어도비 Flash cs3 인터페이스


CS 시리즈의 이후 버전들은 계속해서 기능을 강화했다. CS4 (2008)는 3디 트랜스폼 기능을 추가했으며, CS5 (2009)는 상당한 아키텍처 개선을 가져왔다. CS5.5는 모바일 플랫폼을 지원하기 시작했지만, 나중에 안드로이드 플랫폼 지원은 중단되었다. CS6 (2012)는 64비트 아키텍처를 도입하고 에이치티엠엘5 지원을 본격화했다. 플래시는 모바일 게임 개발도 활성화했는데, 닌텐도 위 (Wii)를 위한 게임까지 개발할 수 있었으며, 위모트 (WiiMote)를 플래시로 제어할 수 있는 라이브러리까지 등장했다.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시대(2013)가 시작되면서 플래시는 클라우드 기반 구독 서비스로 전환되었다. 플래시 씨씨 (Flash CC)는 구독형 라이센스 모델을 채택했으며, 동기화 설정, 클라우드 저장, 향상된 코드 편집기, 어도비 스카웃 씨씨 (Adobe Scout CC)를 통한 코드 프로파일링 등 현대적인 개발 환경을 제공했다.


쇠퇴와 변화: 아이폰에서 HTML5까지

플래시의 쇠퇴는 2007년 아이폰 출시와 함께 시작되었다. 스티브 잡스 (Steve Jobs)는 2010년 "플래시에 대한 생각 (Thoughts on Flash)"이라는 공개 편지를 통해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잡스는 플래시의 취약한 보안, 잦은 충돌, 배터리 소비 문제를 지적했으며, 이는 모바일 시대의 변화를 예고했다.


동시에 HTML5가 등장하면서 플래시가 제공했던 기능들이 웹 표준으로 통합되기 시작했다. 2010년 유튜브가 플래시에서 HTML5로 전환 작업을 시작했으며, 2015년 유튜브는 HTML5를 기본 플레이어로 설정했다. 2015년 페이스북도 HTML5 비디오 플레이어로 전환했다. 2010년 12월 구글 크롬은 플래시를 샌드박스 환경에서 실행하기 시작했으며, 2015년부터는 일정 크기 이하의 플래시 콘텐츠를 "클릭 투 플레이" 방식으로 제한했다.


2011년 어도비는 안드로이드에서 플래시 지원을 중단했고, 플래시 플랫폼을 에이아이알 (AIR)과 오픈에프엘 (OpenFL) 같은 대체 기술로 전환하도록 공식 권장했다. 2017년 7월 어도비는 명운의 선고를 내렸다. 플래시 플레이어는 2020년 12월 31일에 더 이상 업데이트 또는 배포되지 않을 것이며, 사용자들은 HTML5 같은 개방형 표준으로 전환하도록 권유되었다.


애니메이트로의 진화: 새로운 시작

플래시라는 이름이 더 이상 자산이 아닌 부담이 되자 어도비는 2015년 11월 획기적인 결정을 내렸다. 플래시 프로페셔널 (Flash Professional)을 애니메이트CC (Adobe Animate CC)로 리브랜딩하기로 발표했으며, 2016년 1월 정식 출시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이름 변경이 아니었다. 어도비는 "지난 몇 년간 도구를 완전히 새로 작성하여 네이티브 HTML5 캔버스와 웹지엘 (WebGL) 지원을 통합했다"고 밝혔다.


애니메이트CC는 기존 플래시의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풍부한 출력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모던 웹 표준에 부응했다. 새로운 기능들은 애니메이터를 위해 설계되었다. 일러스트레이터 (Illustrator) 수준의 벡터 아트 브러시, 툰붐 (Toon Boom) 같은 소프트웨어에서나 볼 수 있던 칼라 어니언 스키닝 (onion skinning)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캔버스를 어느 피벗 포인트에서든 360도 회전할 수 있게 되었으며, 4k 이상의 비디오 내보내기, 사용자 정의 해상도 내보내기 같은 현대적인 기능들이 추가되었다.


tempImagebeWuBs.heic Adobe <Animate CC>


가장 중요한 변화는 출력 형식의 다양화였다. 애니메이트는 HTML5 캔버스, 웹지엘, 플래시 SWF, AIR, 비디오, 그리고 확장 아키텍처를 통한 에스브이지 (SVG) 같은 사용자 정의 형식으로 내보낼 수 있었다. 플래시 플레이어 의존성이 완전히 제거되었지만, 여전히 SWF와 AIR을 "일급 형식"으로 지원했다. 이는 기존 플래시 개발자들이 새로운 도구로 손쉽게 전환할 수 있게 배려한 결정이었다. 어도비는 2011년 플래시 프로페셔널이 만들어낸 콘텐츠의 3분의 1 이상이 이미 HTML5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것이 10억 개 이상의 디바이스에 도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플래시의 종료와 레거시

2020년 12월 31일, 25년의 역사를 가진 플래시 플레이어는 공식적으로 지원이 중단되었다. 2021년 1월 12일 어도비는 플래시 콘텐츠 실행을 완전히 차단했다. 이는 웹 기술사에서 중대한 전환점이었지만, 플래시가 남긴 유산은 깊고 광범위했다.


피크 시기인 2011년에는 전 세계 웹사이트의 거의 50%가 최소 하나 이상의 플래시 요청을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7년 3월에는 이 비율이 7% 미만으로 떨어졌다. 플래시는 초기 웹에서 동영상, 인터랙티브 광고, 온라인 게임,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핵심 기술이었지만, 에이치티엠엘5와 자바스크립트의 발전은 이 모든 분야를 대체해버렸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