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쾌한 공기, 쉴틈없이 울리는 전화기
타닥타닥 끊임없는 타자기
그 안에 갇혀버린 자그마한 나란 존재는
어느샌가 생기 잃은 동태눈깔로 화면을 마주한다.
해바라기도 창밖 해를 따라서 하늘을 쳐다보는데
창밖은 맑디맑아도 나는, 우리는 좁디좁은 사무실에 박혀서
조그마한 모니터에 내 모든 것을, 아니 생명을 처박아버리는구나.
안된다. 이러면 안 된다.
마치 공황장애가 올 것만 같은 이 순간을 박차고
어디로든 바깥공기를 내 몸속에 욱여넣어야 할 것만 같아서
눈을 감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을 열고 옥상으로 올라가면
.
.
.
옥상 화단에 피어있는 꽃 한 송이를 보고 그제서야 여유가 눈에 보인다.
그제서야 바깥(外)이 아닌, 진정한 내 안(內)에 있는 여유를 마주한다.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여유가 혼잡을 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