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쿰한 비 냄새에
언제부터 내린 지 모르는 하늘빛은
아침인지 저녁인지 구분을 못하게 한다.
조용히 숨소리를 죽여보면
이내 창 밖엔 토도독 비가 내리는 소리만 울려 퍼지고
빗소리를 배경으로 세상이 가득 채워진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누우런 송홧가루가 온 세상에 덮여져
여기도 저기도 손가락으로 훑으면 누렇기 짝이 없었는 것을
이제 비가 내려 다 씻겨주는구나.
내 마음도 이와 같아 온갖 불만, 걱정, 두려움이 촘촘히 묻어버린 곳에
토독 토독 비가 내려 씻겨주기만을 기다린다.
가느다란 비, 장대 같은 비 모두 내려
이내 마음 씻겨주기를.
차라리 내리는 비 억수같이 내려서
나뿐만 아닌 그대 마음도 함께 씻겨주기를.
그래서 씻겨진 마음 이리저리 흘러가서
한 곳에서 만나기를 소원해 본다.
그곳에서라도 만난다면 그리운 마음, 정겨운 마음, 어색한 마음, 서운한 마음
다 풀어내서 많은 빗 속에 희석해버리고 말 텐데.
그럼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