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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y 05. 2024

비가 내려

쿰쿰한 비 냄새에 

언제부터 내린 지 모르는 하늘빛은

아침인지 저녁인지 구분을 못하게 한다.


조용히 숨소리를 죽여보면

이내 창 밖엔 토도독 비가 내리는 소리만 울려 퍼지고

빗소리를 배경으로 세상이 가득 채워진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누우런 송홧가루가 온 세상에 덮여져 

여기도 저기도 손가락으로 훑으면 누렇기 짝이 없었는 것을

이제 비가 내려 씻겨주는구나.


내 마음도 이와 같아 온갖 불만, 걱정, 두려움이 촘촘히 묻어버린 곳에

토독 토독 비가 내려 씻겨주기만을 기다린다. 


가느다란 비, 장대 같은 비 모두 내려 

이내 마음 씻겨주기를.


차라리 내리는 비 억수같이 내려서 

나뿐만 아닌 그대 마음도 함께 씻겨주기를.


그래서 씻겨진 마음 이리저리 흘러가서 

한 곳에서 만나기를 소원해 본다. 


그곳에서라도 만난다면 그리운 마음, 정겨운 마음, 어색한 마음, 서운한 마음

다 풀어내서 많은 빗 속에 희석해버리고 말 텐데.


그럼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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