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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y 04. 2024

들판의 울음

평화로운 들판에

고이 놓여진 탁자에 앉은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 토론의 장을 열어젖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한 토론은

점차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하고


내가 맞다며 아우성치던 토론은

이윽고 서로의 멱살을 부여잡고

격렬한 몸싸움으로 변질되고 말아 버린다.


지나가던 햇빛도, 구름도, 비바람도

지나가던 개미도, 진딧물도, 그 조그마한 생명체들도

어쩔 줄 모른 채 이 지옥도를 목도할 수밖에 없다.


정답은 없고 그저 빨갛게 솟아오른 핏대만이

이 광경을 가득 채울지니,

그대들은 탁자 끝에 앉아있는

아이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가?


아이는 마치 내가 다 잘못한것마냥

무릎에 손을 이리저리 만져대며

조용히 닭똥 같은 눈물만 뚜욱 뚜욱 흘려댄다.


하지만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고 몸싸움과 고성을 이어간다.

그들 스스로 생채기를 내고 있는 것인 줄은

까마득히 모른 채로


아아-

들판의 싸움터에서 아이의 고요한 울음은


가장 조그마한 생명체들끼리만 알아듣고 있나니.

그들끼리만 조용히 모여 토닥토닥 서로를 감싸 안아줄 수밖에.


지옥도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 듯하다.


아이는 지옥도에서 쑥쑥 자라나고,

그리고는 결국 싸움터에 함께 참전하고 만다.


이제 누가 울음을 터트릴 차례인가.

내가 될 수도, 당신이 될 수도 있기에

이 지옥도는 끝이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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