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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Z Jun 03. 2024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베럿을 읽고 (3)

뇌의 가장 근본적 목적은 개체의 생존입니다.

그를 위해 가장 필요한 능력은

신체 외부와 내부에서 들어오는 감각들의 의미를 해석하고,

어떻게 반응할지를 결정하여 명령하는 능력입니다.


이러한 활동은 쉬지 않고 계속되어야 하며 찰나의 순간에 일어나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 뇌가 선택한 전략은 “예측 시뮬레이션”의 “구성”입니다.

이를 통해 감각에 의미를 부여하고, 명령을 내리는 것입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1)자극이 유입되면

(2)해당 자극과 유사한 과거의 경험들을 토대로 여러 개의 예측 시뮬레이션들을 생성하고,

(3)그 중 현재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 것을 결정하여

(4)그에 따라 감각에 의미를 부여하고, 반응을 명령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과정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게 이루어집니다.



(그림1)

당신이 등산을 하던 중에

(1) 바스락거리는 소리, 움직이는 긴 물체 에 대한 감각 신호가 들어왔다.

(2) 과거 유사한 감각을 느낀 경험들을 토대로 여러 시뮬레이션을 생성한다.

      (시뮬레이션1. 나뭇가지 / 2. 신발끈 / 3. 뱀 / 4. 정원의 호스 등등)

(3) 현재 느낀 실제 감각과 가장 유사하며, 현 맥락(등산)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시뮬레이션인

     뱀을 최종 시뮬레이션으로 결정

(4) 뱀일 경우의 인지, 행동을 예측하여 그 예측대로 하도록 함.

     비로소 뱀임을 인지(감각에 의미 부여)하고,

     코티솔 농도를 높이고, 심박수, 호흡, 근육으로의 혈류를 증가시키고 도망가도록 명령 (반응 명령)


뱀을 보았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차적 감각 입력으로 그와 관련된 시뮬레이션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결과로 뱀을 인지하고 피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시뮬레이션을 구성하고, 최적의 시뮬레이션을 선택하는 과정에 가장 주요한 역할을 하는 두 가지는,

하나는 ‘과거의 경험’으로 이는 뇌가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재료가 되고,

둘째로 '개념'은 ‘뱀’임을 알 수 있도록 모이도록 해 줍니다.


그렇기에 현재 나의 의식과 감정은

내가 과거에 어떤 경험을 하였는지, 어떠한 개념을 학습하고 형성하였는지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것이 당신과 나의 감정이 다르고,

우리가 자신의 감정에 책임이 있는 이유입니다.


개념에 대한 설명은

“사과는 빨간색인가요?”

라는 질문으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색 개념이 없다면, 사과는 단지 특정 파장의 빛을 반사할 뿐입니다.

그러나 ‘빨간색’ 이라는 개념이 있기에 해당 파장의 빛이 빨강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뇌는 빨강, 노랑 등의 색 개념을 사용해,

스펙트럼의 '특정 범위' 안에 있는 파장들을 한데 묶어 같은 색으로 “범주화”합니다.


한국에서는 무지개의 색을 빨주노초파남보의 7가지 색이라고 인식합니다.

그러나 어느 국가에서는 파랑색과 남색을 구분하지 않아 6가지 색이라고 인식합니다.

개념이 다르면 우리가 인식하는 범주가 달라지며,

이는 우리의 감각에 대해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말 또한 말소리에 대한 개념이 없다면 의미가 없는 소리의 연속적 흐름에 불과합니다.

말소리에 대한 개념이 있기에 우리가 그것을 의미를 가진 말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고,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는 ‘개념’이 다르게 형성되어 있기에 범주화의 결과 또한 다릅니다.

실제로 특정한 스펙트럼의 말소리는 우리 말의 ‘ㅍ’의 범주로 분류되지만

영어에서는 P,F 두 가지로 다르게 범주화되어 인식됩니다.


이것이 바로 개념의 역할입니다.


감정과 관련된 개념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개념이란 위의 색, 말 개념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유사성’을 바탕으로 ‘범주’를 만든 것입니다.


고전적 견해에서는 개념과 범주에는 원형(prototype)이 존재한다고 믿었으나,

최근의 견해에서는 원형은 없으며 개념을 즉석에서 구성한다고 주장합니다.


해당 개념의 다양한 사례들(개체군)이 머릿속에 조각조각 머물러 있다가,

그 요약본을 눈 깜빡할 사이에 구성합니다.


 

(그림2)

우리는 수많은 사례들(그림의 검은 원)을 가지고 있고,

순식간에 사례들 사이의 유사성을 내세워 그것을 개념(그림의 색 원)으로 창조합니다.

특정 상황에서, 목표에 맞게 개념을 만들어내므로 매 순간 개념은 달라집니다. (서로 다른 색 원)  



정리하자면,

당신이 지각하는 모든 것은 뇌에 있는 ‘개념’을 통해 표상됩니다.

개념은 감각 신호에 ‘의미’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세계 자체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구성한 세계를 경험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개념은 어떻게 형성될까요?


개념 형성의 기본은 통계적 학습입니다.

지각의 물리적 규칙성을 바탕으로 그 패턴을 학습합니다.


경험과 개념이 없는 신생아는

주변 사람들을 보고, 유사한 위치에 유사한 모양으로 ‘눈’이 있음을 지각하고,

그러한 지각의 물리적 규칙성이 ‘눈’이라는 개념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눈, 코, 입, 귀 등과 같은 개별적 개념은 ‘얼굴’ 이라는 더 포괄적 개념으로 발전합니다다.


이와 같은 개념 형성 능력의 효율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주는 것은 바로 ‘단어’입니다.


물리적 규칙성과 같이 개념 내 사례군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하는데,

그를 뛰어넘어 물리적 규칙성이 없는 순전히 정신적 규칙성을 학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폐'라는 개념에는 조개, 금, 동전, 종이 등이 포함되는데,

이들 사이에 지각할 수 있는 물리적 규칙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단어'를 통해 학습한 정신적 규칙성으로 인해

서로 다른 물리적 특성을 가진 것들을 화폐라고 범주화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개념’적 지식이 ‘범주화’를 주도하고,

뇌는 그를 바탕으로 맥락에 맞게 의미를 구성합니다.




뇌에서의 작용은 개념발달, 예측 두 단계 과정을 거칩니다.

(1) 개념 발달에서는

감각 신호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들을 구성하고,

유사성에 기반하여 ‘개념’이라 불리는 하나의 다중 감각적 요약본을 즉석에서 구성합니다.


(2) 예측 단계에서는

형성된 개념의 개별 사례들을 나열하고,

각 사례를 평가하여 가장 적절한 사례를 최종 사례로 선택합니다.

그 때 비로소 의미가 구성되고 행동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림3)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에 대한 최종적으로 정리한 그림.


감정은 이렇게 우리 스스로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뇌과학적 사실이 우리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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