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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화선 Aug 11. 2024

한국무용 버스킹

   

버스킹 하면 보통 음악가들이 길에서 하는 공연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한국무용 버스킹을 한다고 해서 ‘뭐지?, 어떻게 한다는 거지?’ 하며 의아했다. 한국무용을 배우면서 연말이 되면 배운 것을 정리하는 의미로 작은 무대에서 발표회를 하기도 하고 양로원에 가서 위문 공연을 한 적은 있지만 버스킹은 처음이었다. 선생님의 시도가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버스킹 장소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 ‘스페이스 K 서울’ 마당이었다. 도착해 보니 미술관 뜰이었고 큰 사거리의 한쪽이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는 위치였다. 여기에 현수막을 치고 바닥에 카펫을 깔아 무대를 만들었다. ‘보러 오기 힘들다면 우리가 나가지’ 뭐 이런 느낌이랄까 ‘뭐 이런 곳에서 공연을 해?’라는 처음 생각보다는 공연하고 나니 ‘너무 신선한데….’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생각보다 출연하는 팀도 많았다. 9팀에 출연 연인원 67명이었다. 무대는 사거리 한쪽이었고 관객은 점심 먹고 나오는 직장인들, 지나가는 사람들이 뭔가 하며 보고 있었고, 또 한국무용이어서 그런지 연세 드신 분들이 관심 있어하시며 구경하셨고 몸이 불편하신 분도 휠체어 타고 나오셔서 구경하셨다. 공연하는 우리도 처음이라 모든 것이 신기했다. 공연 팀이 많아서 다양한 춤을 선보였다. 이런 고급무대를 길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순서는 한량무였다. (한량무는 한량과 별감이 기생을 데리고 즐겁게 노는 자리에 승려가 나타나 기생에 혹하여 멋진 춤으로 기생의 환심을 사는 남녀 관계를 그린 풍자 춤이다. 선비의 기품 있고 내적 자유로움을 암시하는 정중동의 절제된 춤사위로 남성 춤의 백미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는 부채춤, 세 번째는 동래 교방무(교방무는 고려와 조선 시대의 교방 소속 기녀가 교방에서 학습하고 공연했던 춤으로 기생춤이라고도 한다)와 태평가였다, 다음은 화전태/부채 창부타령과 태평무(태평무는 국가의 평안을 위해 추었던 한국 전통 무용)였다. 이어서 화관무(화관무는 꽃으로 만든 화려한 관을 쓰고 추는 춤), 입춤, 장구춤, 진도 북춤으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는 아리랑과 새타령을 출연자 다 같이 즐기며 공연을 마쳤다.(*참고: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위키백과)     



한국무용과의 인연은 따져보니 그럭저럭 10여 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저녁에 여유시간이 생겨서 취미로 뭔가를 배우려고 갔다가 인기 강좌는 다 마감이 되었고 몇몇 마감이 안 된 비인기강좌 중에 한국무용이 있었다. 무용하고는 상관없이 살아왔고 끼도 흥도 없어서 처음에는 망설였는데 그냥 한 번 해보자 하고 간 첫 시간에 선생님이 준비운동을 30분 이상하고 시작을 했다. 운동 삼아 다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당시 <나는 춤추듯 순간을 살았다>라는 책을 쓴 홍신자 씨에게 빠져 있었다. 그 영향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용기를 낼 수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10년이나 이어져 온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분이 나한테 “한국무용 시작한 지 얼마나 됐어요?”라고 물었다. 자기는 잘 안된다고 나는 자기보다 잘하는 것 같다고. 속으로 ‘나는 한국무용 한지 꽤 됐어요’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냥 웃기만 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중간에 쉬기는 했지만 그래도 10년이 됐는데 여전히 기본순서도 못 외우는 초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해보니 역시 춤은 나의 적성이나 재능과의 관련성은 딱히 있어 보이지가 않는다. 그래도 하다 보니 조금씩 재미도 있고 나이가 들수록 좋은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하고 있다.  또 하나 한국무용의 매력은 한 번 발을 담그면 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다들 그런 말들을 한다.    

 


그런데 오늘 질문을 받고 보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10년을 한국무용을 하고 있지만 왔다 갔다 하면서 그 시간에만 할 뿐, 한 번도 집에서 따로 연습해 본 적도 없고 순서를 외우려고 노력한 적도 없다. ‘그냥 몸으로 익히는 거지, 운동 삼아하는 거야’라고 스스로 변명하며 여전히 초보자처럼 하는 나를 보며 '나는 뭐 하고 있는 거지? '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늘의 버스킹 공연은 한국무용에 대한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고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재능은 재능 자체가 아니라 즐거움에서 비롯한 부지런함’이라는 말을 한다. 그래, 꾸준히 즐겁게 하다 보면 재능도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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