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일테노레 관극기

오페라 이야기를 그리는 뮤지컬

by 설탕우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2009년 한국에서 올라온 뒤로 소식이 없었던 공연이 23년도에 돌아오며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켰고 나 역시 관극 하러 가게 되었다. 당시의 팬텀(유령) 역할도 이슈가 될 만했는데 뮤지컬 계에서 전설 같은 존재인 조승우 배우, 그리고 가장 핫한 아이콘이 된 최재림, 전동석 배우라는 걸출한 경력직들에 오페라를 통해 이름을 알렸던 김주택 배우(뮤지컬에 데뷔했으니 배우로 표기)가 합류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당시 가격은 다소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이 궁금했던 공연을 세 차례 관극했는데,(조승우-최재림-김주택) 세 번을 모두 보면서 느낀 점은 '매우 클래식하다'라는 생각이었다. 한국에서도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극 자체가 주는 매력이 있어서였기보다 화려한 배우진 덕분에 티켓 판매량은 성공적이었는데 지방공연까지 돌며 제법 긴 기간 한국 공연을 진행했다. (23년 3월 부산~ 24년 2월 대구)


image.png 13년 만에 복귀한 오페라의 유령. 이 극이 복귀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또 다른 오페라 이야기로 쓰인 한국 창작 뮤지컬 일 테노레. 오디컴퍼니가 2018년 낭독회로 올라왔던 공연을 새롭게 다듬어 2023년 12월에 초연으로 올리게 된 뮤지컬로 공연을 올리기 직전 이 공연의 음악감독의 미투 사건 후 복귀작품이라는 것이 알려지며 관객들의 음악감독 교체 요구가 있었으나 음악감독의 교체 없이 그대로 진행되었다. 나는 일 테노레를 조금 뒤에 보고자 예매했던 티켓을 한 번 취소했는데 좋은 자리를 개인 일정으로 못보게 된 친구를 통해 티켓을 양도받아 보고나서 곧장 두 번을 연달아보고, 블루스퀘어 앙코르공연 때 초대권 두장을 받아 두 번을 더 보아 총 다섯 번 관극 하게 되었다.

(토월극장-홍광호 3회 / 앙코르 블루스퀘어-박은태1, 서경수1)


일제강점기 한국 첫 오페라 가수이자 의사였던 이인선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만큼 이 극의 주인공 윤이선은 의과대학생이었던 것으로 나오는데 차이점은 뮤지컬 일테노레에서 의대생이었던 주인공은 오페라를 위해 의대를 포기하는 것으로 나온다. 일제 강점기에서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오페라 공연(극 중에는 이탈리아 창극이라고 부른다)을 올리고자 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아래부터는 뮤지컬 줄거리가 포함됩니다. 읽기를 원하지 않는 분들은 넘겨주세요.





1. 클래식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극의 시작은 한 오페라 공연장에서 나온 물건들의 경매장에서 시작된다. '경매번호 666' 악마의 번호가 부여된 거대한 샹들리에 조명과 함께 당시 현장에 있었던 라울 드 샤니 공작은 불이 켜져 작동하는 샹들리에를 보며 당시에 있었던 사건들이 모두 꿈과 같았지만 꿈이 아닌 현실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과거. 공연장 안에서 오페라 한니발을 준비하고 있는 배우들과 코러스로 팀에 합류하게 된 크리스틴 다에. 공연장을 인수하기 위해 온 사람들 앞에서 팬텀은 새로 온 극장주들을 위협하고 본래 '프리마 돈나' 였던 마담 칼롯타는 이 위험한 곳에서 공연을 올리기 싫다고 뛰쳐나가는데 이에 크리스틴 다에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할 기회를 얻어 Think of me를 부르고 주인공 자리를 따낸다.


이 날 공연을 보러 왔던 어린 시절 친구였던 라울 공작은 크리스틴을 한눈에 알아보고 공연 뒤 크리스틴의 방으로 그녀를 찾으러 간다. 반면 크리스틴 다에는 사람들 몰래 '오페라의 유령'에게 노래를 배우고 있었는데, 유령은 아버지를 잃은 크리스틴 다에가 자신이 아버지가 보낸 음악의 신이라 생각하는 것을 알고 주인공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도우며 자신만의 음악의 천사로 만들기 위해 그녀를 자신이 살고 있는 지하의 은신처로 데려간다.(Phantom the Oprea) 라울은 사라진 그녀를 찾으려 하지만 유령의 거울 뒤로 사라진 그녀를 찾을 방법은 없었다.


유령은 협박을 통해 자신에게 일정한 금액을 보내고 크리스틴 다에를 계속 주인공의 역할로 쓸 것을 강요하지만 새 극장주들과 라울, 칼롯타와 그의 남자친구 격이었던 테너 가수 피앙지는 그의 협박에 격분하고 오페라의 유령을 직접 잡겠다며 그의 말을 거절한다. 유령은 극장관리자 뷔케를 살해하여 공연 중 그의 목이 매달린 모습을 그대로 관객들 앞에 전시해 버리고 이후 크리스틴 다에 또한 유령을 벗어나 라울과 함께 하기를 바라게 된다. (All I Ask of You)


유령은 라울에게 질투하여 분노하고 크리스틴을 되찾기 위해 유령을 쫒는 라울에게 쫒고 쫓기다 마지막 순간 라울이 유령의 은신처에 도착하여 함정에 빠지게 되는데 유령은 크리스틴에게 '자신과 함께하면 라울의 목숨을 살려주고, 자신을 떠나면 라울의 목숨을 빼앗겠다' 협박하지만 크리스틴은 라울을 살리기 위해 유령을 선택하고, 유령은 크리스틴이 라울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둘을 모두 풀어 보내준다. 그 후 유령은 자취를 감춘다.



2. 조선인 최초의 테너. 윤이선의 꿈의 노래. 일 테노레(IL TENORE : The Tenor)



1930년 일제강점기의 현실. 항일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문학회' 멤버들은 연극을 통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고, 세브란스 의과대학을 다니고 있던 윤이선이 문학회에 가입하기 위해 타자기를 갖고 문학회로 돌아가던 중 우연히 이화여대에서 흘러나오는 오페라의 선율에 홀려 여학생들의 교실까지 찾아가 오페라 수업을 듣게 된다. 짧은 해프닝이 있었지만 윤이선은 이 날 오페라에 대한 꿈을 갖게 된다.


반면 총독부의 검열이 심해지면서 문학회 사람들은 우리말로 된 연극을 올릴 수 없게 되고, 이선이 배우고 있던 오페라는 이탈리아어로 된 창극이기에 검열과 상관없이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문학회에 리더인 서진연과 그의 오랜 전우이자 진연을 짝사랑하던 이수한은 진연과 이선을 적극적으로 도와 조선최초의 오페라를 올리기 위해 준비를 시작한다.


반면 이후 학생 공연조차 금지되면서 학생들만의 힘으로 오페라 공연장을 빌릴 수 없게 되자 윤이선은 골드레코드사의 오디션을 통해 조선최고의 공연장인 부민관에서 오페라 공연을 올릴 수 있게 된다. 반면 이 오페라 공연의 투자자가 조선인을 심문하고 취조하는 일명 '까마귀'라는 것을 알게 된 수한은 이 오페라 공연이 까마귀를 암살할 가장 좋은 기회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선과 진연은 공연을 준비하며 점점 사랑이 싹트는데 이 모습을 보고 수한은 진연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홀로 준비하기로 결심한다.


오페라로 꿈을 이야기하는 뮤지컬 일 테노레


공연 직전 진연은 수한의 계획을 알게 되고 수한이 진연과 이선을 위해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고, 진연은 수한의 계획에 동참하기로 하고 이선에게 알리지 않는다. 오페라 당일이 되고 리허설 중. 이선은 무대 계단 아래 폭탄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진연에게 이 사실을 따져 묻지만 진연은 "어쩔 수 없이 우리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선은 시간에 쫓겨 본 공연에 올라가고, 오페라 중 이선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피날레 노래를 시작한다. 이선이 들고 온 가방 안에는 폭탄이 숨겨져 있었고, 이선은 진연을 대신해 노래를 마치며 까마귀를 암살하려 했지만 진연이 이선의 가방을 뺏어 결국 자신을 희생한다.


시간이 흘러 훗날 무대디자이너로 크게 성공한 수한과 뉴욕에서 오페라로 크게 성공한 이선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둘은 과거의 진연의 희생을 계속 가슴속에 품고 살아가고 있었고, 그들의 성공과 독립이 진연의 희생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관객석에 수많은 유령들이 자신과 지금 함께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수한이 함께 돌아가자고 말하지만 이선은 무대 위에 남아 자신의 마지막 피날레를 노래한다. 그리고 과거의 오페라단원들은 따뜻하게 그 당시로 돌아와 이선을 맞이한다.




줄거리 끝. 이야기를 마치며




3. 오페라를 하는 뮤지컬. 하지만 뮤지컬이었다.


두 극은 모두 오페라를 보여준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하지만 두 극은 모두 뮤지컬이다. 오페라의 유령을 통해 데뷔했던 김소현 배우는 성악을 전공하고 있던 중 이 극이 어떤 극인지 모르고 한 번 보고 오라는 추천을 받고 오디션을 지원했다고 하는데 최종 합격하여 데뷔하면서 지금까지 뮤지컬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의 오페라의 유령에 올라왔던 두 명의 크리스틴 손지수와 송은혜 역시 뮤지컬 쪽이 아닌 성악출신 오페라 가수들일만큼 이 극은 확실히 오페라 쪽에 중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오페라로 나오고 있는 몇 장면을 제외하고 그 외에는 인물들의 서사나 넘버들이 지극히 뮤지컬로서 전개되며, 확실히 인물의 서사와 스토리로 전개되는 장면이 점점 많아진다. 또한 결말로 갈수록 각 인물들의 숨은 이야기와 그들의 배경과 감정에 집중하고 보게 만든다. 그래서 오페라 가수가 소화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일 테노레는 처음부터 확실한 뮤지컬의 노선을 걷는다. 주인공인 윤이선이 오페라를 배우는 순간이나 노래를 부르는 순간만큼은 오페라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지만 그 외에 모든 장면들은 대사와 연기로 전개되는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윤이선이 부르는 오페라조차 뮤지컬 넘버처럼 들리는 느낌이 더 강하다. 오페라로서 등장하는 장면은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적은데 그만큼 오페라가 이 뮤지컬을 만들기 위한 영감을 주었다. 오페라의 단어에서 착안했다 정도로 설명하는 것이 적당해 보인다.



4.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2009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 공연에 복귀하였는데 다음 공연이 또 한참 걸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올 10월부터 다시 공연장에서 볼 수 있을 계획이라고 한다. 23년도 브로드웨이에서 내려온 이후 한국 쪽 뮤지컬 시장에 조금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고, 23년 오페라의 유령이 한국에서 생각보다 좋은 인기를 보였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던 것 같다.


반면 일 테노레는 아직은 언제 올라온다는 예정은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24년 5월까지 연장 공연을 했었는데 당시 올라왔던 배우진들이 모두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보니 이 배우들을 그대로 다시 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오페라의 유령과 달리 오디션에 대한 공지도 없다 보니 올해 말쯤에야 오디션이나 공연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까 하고 예상하고 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뮤지컬 세계 안에 또 다른 오페라. 오페라의 유령 그리고 일 테노레 이야기다.





이선의 마지막. 진연의 부탁으로 Finale를 부르는 이 극의 Finale.





다음 주 마지막 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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