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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정 Aug 25. 2023

헤매던 날들

헤매고 버티는 날들 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버팀을 멈추고 살아내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진 지금이에요. 이유나 계기는 딱히 없습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하루하루를 버티는 제 스스로가 너무 괴로웠기 때문 아닐까요. 버텨내시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어김없이 뜨는 해가 원망스럽고 눈 뜨면 ‘아 나는 오늘도 버텨내야 하는구나.’



어떤 날은 바다를 다녀왔어요. 날씨도 좋았고, 경치도 예뻤고 무엇보다 제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파도를 바로 앞에서 가만가만 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자갈바다여서 돗자리도 없이 냅다 누워서 그렇게 파도소리를 듣고 있었어요. 평화로웠고, 동시에 절망스러웠습니다. 이유는 어떤 감흥도 기분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이대로 죽어버리면 좋겠다 혹은 저기 깊은 바다에 빠져서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 외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기분전환이 될 줄 알고 찾아간 바다에서 절망감을 가득 안고 돌아왔습니다.


저에게 소소한 행복이란 말그대로 정말 소소했어요. 불어오는 바람의 온도가 적당하면 그거대로 행복을 느꼈고, 그러다 가만히 서서 바람을 온전히 느끼면서 소소한 행복을 즐기곤 했습니다. 생각을 해보니 그렇게 소소한 것에서부터 감흥을 느끼고 행복감을 느낀 게 수년 전이 마지막인 것 같습니다.


울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면

그렇다면 저는 매일 울겠어요


엉엉 울고나면 진이 빠지고, 찔끔 눈물을 흘리면 머쓱합니다. 그게 다예요.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마음이기에 울거나 다른 곳에 하소연 하는 일 같은 건 일절 하지 않기로 합니다. 그래서 글을 써요.


어떻게 해야 ‘잘 쓴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저는 보시면 아시다시피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아닙니다. 어떠한 은유도 사용할 줄 모릅니다. 글쓰기에 대해서 배워 본적도 없습니다. 저에게 잘 쓴 글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쓰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잘 팔리는 글이 되고 싶어서라기보단 한 두어명 정도에게 가 닿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오빠 그래서 나 지금 입원도 못하고 뭣도 못하고 그러면 뭐 해야돼? 오빠도 모르겠어?

-응!

기억이 나는 어린 시절부터 늘 사랑에 결핍이 있었기에 아픈 후에야 (그제서야) 받게되는 사랑이 의아하고 사랑을 받는 방법도 삐딱해서 온전히 와닿지가 않습니다.



회사에서의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를 고민하면서부터 퇴사하고 난 후 계속되는 물음표가 있습니다.

‘가족구성원으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 하고 있는 내가 어디에서 쓸모를 찾을 수 있을까?‘

살아있는 것이 죄스럽습니다. 가족들에겐 어쩌면 처음부터 없었던 게 나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의가 바릅니다. 심성이 고운 편이며, 충돌이 있을 때면 이왕이면 손해보는 쪽을 택합니다. 돈은 없지만 생긴다면 가장 먼저 쓰고 싶은 곳은 유기동물 후원입니다. 제가 한 때 경제적 자유를 꿈꿨을 때의 이유는 한 가지, 한 아이가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도록 성인이 될 때까지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나보다는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손익을 따지지 말고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자.


이것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요? 어떤 쓸모가 있나요?


돌아온 것은 명의도용과 두차례에 걸친 사기피해, 감당할 수 없는 빚, 사회적인 시선으로 주어진 ‘그저 멍청이’타이틀입니다. 이제서야 알게 된 바가 하나 있습니다. 돕는 것도 본인이 여유로울 때, 여건이 될 때 도우는 것. 저는 제가 한 끼를 굶어 도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편이었거든요. 얼마나 멍청해보였을까요?



저는 분명 피해자인데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도망쳐 숨은 적도 있었어요. (지금과 같이요)




요즘의 정신상태는 늘 멍합니다. 아까는 커피를 주문하고 카드를 드린다는 게 담배를 꺼내드렸습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도안을 고르기까지 10분, 작업시간 30분.

제가 이렇게 충동적인 사람이 되기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의 저는 무슨 고민 걱정이 그리도 많았는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절에 대한 보상심리라도 있는 건지. 어떤 일을 할 때 큰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일단 하고 보자.’ 다행히도 그렇게 벌인 일 중에서 후회되는 일은 없습니다. 아 물론 대책도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훗날에 대한 대책이 없는 행동들을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봅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바다에 빠져버리는 일, 그냥 하고싶다는 이유로 무작정 인스타 계정을 만들어 사장님들을 찾아다니는 일, 집에 가던 중 잠깐 멈춰봐바 하고 낚싯배 옆에서 빠질듯 빠지지않을듯 걸치고 앉아 담배를 피우는 일들, 잔고가 2만원이지만 1만원을 당근으로 얻어 3만원짜리 화분을 사는 일, 잘 입지도 않을 거지만 좋아하는 색이라는 이유로 티셔츠를 사버리는 일, 돈벌이에 대한 지긋지긋한 마음 하나로 퇴사를 저지르는 일  •••


“왜 그러고 살아?”

라는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사람과 사랑.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짊어져야 할 책임들. 사회구성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될 의무들. 그것들을 모른 체 하고 있는 저. 모든 것에 의문이 듭니다. 이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지금 여러분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다른 말로 하자면 '옆에 있어주세요'. 입니다.




구구절절 자기혐오에 가까운 글입니다.


오늘 적은 모든 것들엔 쓸모와 이유는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합니다. 존재의 쓸모와 가치에 대한 강박을 버려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저는 저의 무쓸모에 대해 괴로워하는 걸 멈출 수가 있겠습니다.


여전히 사람을 잘 믿고 정을 줍니다. 사람을 잘 믿고 진심을 내어주어도 안전한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2023.08. 자기혐오를 멈춰. 그리고 진심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모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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