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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정 Sep 13. 2023

당신의 성공은 무엇인가요?

우울증을 안고 살기를 10+n년. 우울감을 이기지 못 해 퇴사를 결정하고 하루하루 지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군가의 시선엔 의지부족으로 비추어지겠죠. 사회에서 도태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문득 든 생각이 있습니다.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저의 인생을 산다면 다른 모습일까?‘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것, 안전하고 평화로운 가정을 꾸리는 것 등등 저마다의 성공이 있겠습니다.


저의 성공은 '평범함'입니다. 근데 여기서 또 평범에 대해서 물음표가 떠오릅니다. 내가 생각하는 평범이 뭔데 그걸 성공으로 기준을 삼을까? 지금 바로 떠오르는 건 없습니다. 마음이 아프지 않은 것. 평범한 마음상태가 지속되는 게 저의 성공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여러분들의 성공은 무엇인가요? 그게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성공합니다. 저와 여러분들은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데에 쓰는 에너지가 과합니다. 그런 하루가 한 달이 되고, 1년이 되고, 몇 년이 되고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버텨내고 있습니다. 굉장하지 않나요



퇴사를 했고, 하고싶은 걸 하면서 지내는 팔자 좋은 백수입니다. 모아놓은 돈은 커녕 빚만 몇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직장생활은 하지 않을 거라 다짐했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아프지 않은 사람들의 일상을 흉내내는 일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훗날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습니다. 철이 없어보이나요?어쩌면 실제로 철이 없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일단 죽지 않고 살았어야 했기에 내린 결정이라, 대책 같은 건 없습니다. 금전적으로 대출이자를 커버해야 하기에 쿠팡을 다니기로 합니다. 대책없는 결정을 내린 김에 더 대책없이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했습니다.


브런치 작가로 승인이 나고 싶었습니다. (감사히도 이루어졌습니다) 저의 글들이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아 소통하게 된다면 한명 두명이 모여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습니다. 감정을 배설하는 커뮤니티가 아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요.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으나, 시도라도 해보려 합니다.



브런치를 꾸준히 작성하는 것

유튜브를 시작하는 것

인스타매거진계정을 만드는 것



제가 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세 가지의 목적지는 같습니다. 우리만의 커뮤니티 만들기. 어떤 분들은 그러실 수도 있겠어요.

‘뭔가를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데 당신이 아프다고 말할 순 없는 거 아닌가요?’

깊은 우울증에는 증상에 있어서 어느정도의 단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순차적이지 않을지라도요. 저는 다행히도(?) 그 단계는 지나왔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것에 감히 말을 덧대지는 않아요. 겪어보았기에 느낄 수 있는 공감들입니다. 저는 의사도, 상담사도,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우울증 환자입니다. 어떠한 지식을 공유하지도, 나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할 자격도 없어요. 하지만 이나마의 것들을 할 수 있을 때, 나름의 견고한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함께 뭔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년을 앓고, 버텨온 우리들이 모이면 얼마나 더 굉장할까, 하는 생각에요. 뭔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그 나름의 위안이 되길 바라면서요.




아주 어렸을 적부터 돈에 대해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늘 고팠고, 부족했고, 서글프게 한 게 돈입니다. 돈이 없다는 사실에 늘 주눅들어있었고, 사고싶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돈 때문에 포기했어야 했던 순간들에 눈물흘린 적이 많습니다. 이놈의 돈에 대한 집착을 (반강제적으로) 내려놓으니 마음을 옥죄어오던 게 조금은 풀린 기분입니다. 돈이 없으니 하고 싶었던 게 세 개라면 하나에 집중해서 기쁨을 얻으면 될 일입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과의 약속은 텍스트로나마 마음을 전하면 될 일입니다. 이 쉬운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살아온 평생을 괴롭혀온 게 돈이었기에 포기하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린 것 같습니다.


이 글은 목적이 없습니다. 그냥 제가 돈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은 게 신기하고,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기록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다들 끼니 제때 챙기시고, 건강 살뜰히 챙기시길 바랍니다.


2023.09.13. 811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지치지 않길 바랍니다. (나에게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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