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난 어쩌면
기운 없는 사람일 뿐일지도
모르겠네요
토할 것 같은 하품을 눈으로 삼키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
고압적인 상사 자리를 쳐다보지도
목을 뺀 자라처럼 끈적한 눈동자를 굴리는
옆동료를 쳐다보지도 않는답니다
아침의 눅눅함에 커피를 타며
30cm자처럼 꽂꽂이 서 있는
당신을 보며 어색한 입꼬리를 흔들고 있지요
당신에게 난 어쩌면
기운 없는 사람일 뿐일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이 늦은 밤 회식을 끝내고
꽉차버린 보름달처럼 곁이 없이
택시를 타는 모습을 바라볼때도
해장국 먹으러 가서
둥둥 뜬 기름처럼
당신 곁에 앉지 못할때도
단지 난 속을 부여잡고
속풀자고 쓰린 미소를 짓고 있지요
희미한 유리를 보며
겨울이라 다행이라며
입김을 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