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인승 버스
새벽6시
헌혈 대기하듯 줄 서 있는 모습은
박명에도 불구하고
지친 눈동자의 풍경을 비추고
가을하늘에서 막 잡아올린
김밥의 은박지 껍질을 벗기며
베이지색 트렌치 코트
가을 신상품처럼
오늘 처음 선보듯이
맨 앞에 서서 그녀는
출장이라는 브랜드를 런칭중이다
홀로 들어온 어색한 남자 손님처럼
어슬렁거리다
사이사이 겹쳐 있는 다른 옷들은 보지도
볼수도 없이
그녀만 보다가
버스를 보낸다
내 앞에 펼쳐지는 검은 매연은
내가 언제나 잡아올려도
먹물을 뿜고 내빼는 문어처럼
하늘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