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망각

by 서퍼시인

망각



힘들 땐 달려

달리다 보면 잊을 수 있어

이 말만 믿고 달리다가

놀이터에 걸터앉았다

내 거친 호흡처럼 움직이는 시소

양 끝에 걸터앉은 두 명의 아이는

서로의 눈을 보지 않고

벤치에 앉아 핸드폰 하는 부모를

부러운 듯이 바라본다

고개를 흔드니 땀이 떨어진다

발맞춰 흔들리는 그네에서

아이가 멈추어 선다

나를 흘긋 보더니 부모에게 간다

이 모든 걸 녹화하는 CCTV를 쳐다보며

어정쩡하게 자리를 떠난다

달리다 보면 인생은 녹화되는 것이었다

잊을 수도

잊힐 수도 없었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01화심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