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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by 서퍼시인 Feb 04. 2025

따스한 계곡에 선녀가 머물듯

햇살이 창밖에 머무르는 날이 있습니다

마치 내가 이승에 없는 것처럼

혼이 창밖으로 걸어갑니다


종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승이 아니었던건가요

그녀가 도시락을 들고 걸어옵니다

주름진 꽃무늬 치마는 

저승에도 꽃이 핌을 알려줍니다 


상수리나무도 개화하였습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강물이 흐르고 

어느 경계도 넘어가지 않으려 

활짝 핀 꽃무늬만 보고 갑니다 


당근과 단무지, 오이와 시금치 

어느 것 하나도 맛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검은 김에 쌓여 있어서 그런것일까요 

여기는 이승이 아님을 


종소리가 들려옵니다

우두커니 창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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