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외벽에 구렁이가 담넘어갑니다
옥상에서 한 번 뒤를 돌아보는데요
아주 큰 아가리가 입을 쩍 벌리는데
하품도 아니고 고함소리도 아닙니다
눈에서 눈물 한 방울 흐르는 것으로 보아
정든 자리를 떠나는 느낌인듯도 하네요
나는 눈을 떼고
아가리같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침 한 번 꼴딱 삼키면
어느 새 엘리베이터가 사무실에 내려줍니다
이제 그녀가 없네요
꼴딱 다시 침을 삼킵니다
뻐얼건 아침이슬이 눈에 맺힙니다
새로 든 자리에 지팡이처럼 굽은
난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습니다
분무기 소리가 메마른 입술을 적십니다
사무실에서 죽지 말고 일하라고
슉 슉 거리며
안개같은 물을 두어번만 뿌려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