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숲 깊숙한 곳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벤치가 있습니다. 벤치 위는 낙엽과 먼지, 모래, 흙, 고양이가 머물렀던 흔적, 강아지가 머물렀던 흔적, 운동화 끈을 조여 매기 위해 올린 발자국, 한 번 앉아 볼까 하고 손으로 휘휘 저은 흔적 들이 남아 있습니다. 황량하고 메마른 햇살은 나무와 나무 사이, 나뭇잎과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겨우겨우 심폐소생술을 합니다. 가슴이 갑갑하여 압박하면 갈비뼈가 부러질 듯합니다. 벤치 위로 사람의 뼛조각까지 떨어뜨릴 수 없어 무던히 바위처럼 두고, 음식을 먹습니다. 음식은 벤치까지 도달하지 못합니다. 텅 비어 있어 무언가를 넣을 수 없습니다. 하늘을 우러러보며 차라리 비가 오기를 바랍니다. 비의 차가움과 소음은 왠지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는 눈 밖으로 세상 밖으로만 나갑니다. 비울 게 없는데 계속 비워지는 일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