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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by 서퍼시인

따스한 계곡에 선녀가 머물듯

햇살이 창밖에 머무르는 날이 있습니다

마치 내가 이승에 없는 것처럼

혼이 창밖으로 걸어갑니다


종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승이 아니었던건가요

그녀가 도시락을 들고 걸어옵니다

주름진 꽃무늬 치마는

저승에도 꽃이 핌을 알려줍니다


상수리나무도 개화하였습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강물이 흐르고

어느 경계도 넘어가지 않으려

활짝 핀 꽃무늬만 보고 갑니다


당근과 단무지, 오이와 시금치

어느 것 하나도 맛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검은 김에 쌓여 있어서 그런것일까요

여기는 이승이 아님을


종소리가 들려옵니다

우두커니 창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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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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