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문갑 서랍에서 메모지 한 장을 꺼냈다. 색이 바랜 종이였다. 오래전에는 전화번호를 적던 종이였다. 버리지 못한 채 거기 있었다.
연필을 들어 오늘 날짜를 적었다. 달력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연필 끝이 종이 위에서 멈췄다. 눈을 감았다.
냉장고 안, 남은 동태 두 마리가 떠올랐다.
두 마리면 두 번이었다. 그 다음은 계산하지 않았다.
엄마는 적었던 날짜를 지우개로 문질렀다. 딱딱해진 지우개가 날짜를 지우는 대신 종이를 밀어 올렸다.
방 안은 고요했다.
방문 틈새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바라보았다.
입술이 조금 열렸다가 닫혔다.
종이를 접었다. 주소도, 받는 사람도 없는 편지였다.
서랍 깊숙이 밀어 넣었다.
'탁'
서랍 닫히는 소리가 고요한 집 안에서 유난히 크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