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편의 시선과 마음,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을 앞두며
저는 병원에서 사용되는 의료기기를 연구/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기획부터 설계, 제작, 인증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팀장이자, 직접 손을 움직이는 팀원이기도 합니다.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면 책상에서 벗어나, 일부러 연구소 밖으로 나갑니다.
자연의 기척과 사람들 속의 움직임을 마주하다 보면, 어느새 엉켜있던 생각들이 풀리고
불현듯 떠오른 이미지를 제품 개발의 실마리로 가져오곤 하죠.
그렇게 바람을 쐬러 나갔던 작은 습관은, 점점 삶을 바라보는 태도로 확장되었습니다.
일상 속의 모든 것이 이야기가 되었고, 그 이야기들은 곧 ‘생각의 씨앗’이 되었죠.
예를 들어, 지금 눈앞의 책장에 꽂힌 책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동안 나는 어떤 가치들을 쌓아왔을까?’
를 스스로 되묻기도 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아파트 창문들을 바라보며
‘겉으로 똑같아 보이는 여러 집들도, 저마다 다양한 가치를 가진 가족들이 살고 있겠지?’
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걷고 바라보는 일은, 제 안의 말들을 꺼내는 문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죠.
‘자연과 일상을 통해 지혜와 용기를 얻는다면,
그 감정을 글로 나누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그 마음을 따라 시작한 공간이 바로 브런치였습니다.
그리고 연재의 이름은 '시선과 마음이 닿을 때 - PILOT'로 정했습니다.
처음엔 ‘글’보다는 ‘정리된 생각’을 담는 곳 정도로 여겼기에
즉흥적으로 찍은 사진들, 정돈되지 않은 주제들로 뒤섞인 글이 많았습니다.
마치 일기장 같은 형태였죠.
하지만 글을 이어가며 보완할 점들이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진과 글의 호흡, 주제의 흐름, 구성의 리듬까지.
다음에는 분명 더 나은 방식으로 전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부족한 글임에도 찾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비록 이번 PILOT 연재는 여기서 마무리되지만,
저는 계속해서 다양한 시선과 마음의 기록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아마도 매거진 분류를 활용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곧 더 깊어진 이야기로 인사드릴게요.
시선과 마음이 머무는 일상의 사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