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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리 Oct 08. 2023

[서른수집기] 청순가련 반도체 요정 지윤의 서른

BTS는 몰라도 투자에는 빠삭한 반도체 엔지니어 지윤


지윤이는 나는 솔로에서 '옥순'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을 것만 같은 청순함과 호탕한 웃음이 매력인 친구로, 반도체를 전공하여 반도체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윤이는 요즘 유행하는 밈(Meme)이나 연예계 소식에는 일절 관심이 없다. 심지어 BTS가 한창 전 세계의 정상을 달릴 때에도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세상의 소식에 과하게 관심이 많은 나와는 너무 달라 언제나 탐구 대상인 그녀의 서른을 수집해 보았다.     


- 자기소개 좀 해줘~
안녕하세요. 서른 살 지윤(가명)입니다. 하하.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고, 그렇습니다. 이번에 처음 서른 살이 되고, (하하. 그렇지 처음 돼봤지) 그래서 좀 마음이 아파. 마음이 아프지만 나이는 나이일 뿐이다. 숫자에 불과하다.

함께 놀러 가서도 종종 노트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지윤이

이 작은 칩이 컴퓨터의 뇌라고?

- 어떤 일을 하는 거야?
반도체 업종에서 설계파트 엔지니어로 일 하고 있어. 반도체 하면 S기업만 생각하지만 그 외에 여러 가지 반도체 회사들이 있는데, 우리는 설계를 하는데 들어가는 툴(도구)을 이용해서 반도체 설계에 서포트하고 있어.

 
- 프로그래밍이지? 옛날부터 반도체 쪽 일을 하고 싶어 했던 기억이 나.
응. 오빠가 컴퓨터공학과였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오빠 따라서 컴퓨터 조립하면서 PCB 보드(인쇄회로기판)를 발견했고, 거기에 CPU(중앙처리장치) 칩을 발견했었어. 그러다 오빠한테 '그 CPU 칩이 컴퓨터의 뇌다'라는 말을 듣었는데, 이 조그마한 칩이 이 큰 컴퓨터를 조절한다는 게 너무 나한테 큰 충격이었고, 색다른 모습이었어. 그때부터 반도체에 꿈을 갖게 됐지.


- 오오~ 그렇구나. 한참 취업 준비 할 때, 반도체에서 네가 원하는 분야는 주로 남자를 많이 뽑아서 어려움이 있었던 걸로 기억해

맞아 맞아. 나는 반도체 장비를 다루는 쪽을 굉장히 가고 싶었어. 근데 내가 가고 싶던 회사에서 뽑는 엔지니어들은 주로 남자들을 많이 뽑아. 무거운 장비들을 많이 들어야 하니까. 최근에 들어서 여자들도 많이 뽑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아무래도 비율적으로 남자가 훨씬 많아. 1대 9 정도?
 
그리고 어떤 곳은 아예 여자를 안 뽑는데도 불구하고 거기 공고에 '여자를 안 뽑습니다' 이런 내용을 안 써놓지. 나는 그걸 모르고 지원을 했던 거야. 그리고 사실 장비를 선택한 이유 중에 하나도 설계는 사실 내가 생각했을 때 너무 진입장벽이 높았어.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장비 쪽은 오히려 쉽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 그쪽으로 많은 도전을 했지만 결국 떨어지고 설계 쪽으로 왔지.
 

- 그렇게 설계 쪽으로 오게 된 거구나. 설계 쪽은 조금 어때? 일은 잘 맞아?

설계 쪽은 사실 성별이 필요가 없어. 왜냐하면 그냥 컴퓨터에 앉아서 반도체에 대한 지식만 있으면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여자의 성비는 중요하지 않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얘가 어떤 지식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근데 막상 또 이 쪽으로 넘어오니까 잘 왔다고 생각이 들어.      


일도 잘 맞아. 왜냐하면 장비 쪽으로 갔으면 내가 맨날 움직이고 방진복 입고 안에서 좀 힘들게 살았을 텐데 여기는 그냥 컴퓨터에 가만히 앉아서 뭘 할 수 있는 게 참 좋은 것 같아. 나는 내가 되게 활발한 사람이라 생각을 해서 일도 가만히 컴퓨터에 앉아서 하는 걸 못 하는 사람이라 생각을 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앉아서 일하는 것도 나름 재밌더라고.

 
- 외국계 회사라 출퇴근이 좀 자유롭다고 들었어.

자율이야. 늦게 출근해도 일이 없으면 일찍 퇴근해도 되고. 가끔 집에서 일하고 싶으면 지금도 집에서 일을 편하게 해도 되고. 우리 매니저가 외국인 매니저거든, 근데 외국인 매니저들은 '네가 할 일만 다 하면 된다.' '네가 할 일에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만 네가 일을 하면 돼'라는 주의야. 그래서 그 자율성 안에서 내가 책임감을 갖고 일하기만 하면 되는 거지.

 

- 근데 얘기만 들으면 '그러면 일을 별로 안 하는가?' 싶지만 너도 야근할 때는 정말 맨날 야근하고 그러잖아.

그렇지. 이제 프로젝트 기간에는 아무래도 칩을 만들어주고 이거에 데드라인이 다 정해져 있다 보니까 그만큼 문제가 많이 발생하잖아. 그러면 그거를 빨리 해결을 해야 되니까 그 기간 동안 갑자기 일이 확 쌓일 수 있지. 그럼 그때는 그걸 감안해서 일을 하는 거지. 여태 우리가 놀았으면 또 그때 일을 더 할 수도 있는 거고.

지윤의 서른 살 생일날! 우는 거 아님 웃고 있음!

부동산? 재밌으니까!

- 그렇구나. 그러면 퇴근하고는 주로 뭐 해?

칼퇴를 하면 그날 운동을 가. 운동이 없는 날은 홈트를 하고. 저녁은 회사에서 먹고 오거나 아니면 집에서 먹을 때도 있고. 운동을 한 다음에 그다음에 씻고 만약에 시간이 있으면 유튜브를 좀 보는데 그 유튜브는 요즘 나의 관심사가 부동산, 아파트 이런 거여서. 그런 거 보지. (오~ 정말 재미없어. 하하)


-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어?

나는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어. 하하. 아니면 그냥 진짜 멋진 커리어를 갖고 돈이 진짜 많았으면 좋겠어. 근데 왜 돈이 많았으면 좋겠는지 사실 모르겠는데 그냥 돈에 관심이 많았고, 그걸 내가 모으거나 벌 수 있을 만큼 계속 이렇게 뭔가 자기 계발을 하고 싶어. 그러니까 나는 원래 처음에 주식과 나의 월급으로 자금을 만들어 놓고 이 자금으로 부동산을 하고 싶었어. 그래서 지금 이제 관심사가 부동산이고.

 

- 임장(직접 해당지역에 가서 부동산을 탐방하는 것)도 다니고 하지? 신기해. 난 너한테 임장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어.
나도 부동산을 처음 배우면서 임장이라는 걸 처음 들었어. 처음엔 혼자 하기에 너무 힘드니까 부동산 카페나 아니면 동아리를 많이 알아보고 그랬었지. 근데 또 조건이 까다롭고 잘 안 받아주더라고. 그럴 바에는 혼자 한번 해볼까라고 생각을 해서 많이 알아봤던 것 같아. 사람들이 임장 가면 뭘 먼저 보는지, 어디에 먼저 가는지 같은 거. 그런 거 보다가 그냥 부동산에 박카스 하나 들고 찾아가서 "저 실례지만 제가 처음 임장을 왔어요."라고부터 시작을 했었어. (와, 정말?) 근데 그러면 막 무시하시는 분도 있지만 너무 또 친절하게 보여주시는 분들도 있어. 근데 물론 나는 공부하러 왔다. 이런 뉘앙스가 좀 풍기다 보니까 그걸 다 직접 다 보여주지는 않지.
 

(진짜 대단하다.) 재밌으니까. 노력보다는 그냥 하는 것 같아. 내가 케이팝도 사실 잘 모르는 게 너랑 중고등학교 때 어울리면서 너네랑 같이 맨날 춤추고 그랬잖아. 이러니까 이게 즐거워서 그걸 다 알았던 거지. 최근 노래, 같은 건 굳이 궁금하지가 않단 말이야. 그래서 오히려 더 안 찾아보게 되고 관심이 더 없어지고.
 

계속해서 성장해나가고 싶은 마음

- 그렇구나. 우리 주제가 서른이잖아.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롭게 하게 되는 고민들이 있어?

어렸을 때는 늦어도 서른 살에는 당연히 내 옆에 남편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 옆에 남자친구조차도 없어. 물론 언젠간 만나겠지만 그러려면 그 기간 동안 내가 발전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 기간 동안 내가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까?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게 하나의 고민이고,


일적인 부분에서도 내가 좀 빛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는데, 지금 하는 일에 너무 머물러 있으면 제자리 걸음 하는 느낌이 들어. 내가 하는 일이 결국 해결하고 고쳐내는 거 결국 그거잖아. 일의 루틴은 같단 말이야. 그러니까 가끔은 딜레마에 빠질 때도 있고 ‘뭐 하는 거지?’ 싶을 때도 있고. 같은 일을 반복하니까. 그래서 약간 내 나이 40대가 그려지지가 않아.

 
- 계속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나 봐.

맞아. 그냥 머무르고 싶진 않아. 투자랑 부동산 이런 걸 공부하다 어떤 사람이 그랬어. 내가 성장을 해서 많은 사람들도 만나봐야 그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고, 그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갈 수가 있다고. 너무 한 곳에 머무르 세상 속에서 밖에 생각이 안 들리는 거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발전해 갔는지를 전혀 알 수가 없는 거지. 나는 그런 생각을 듣기 위해서 스스로가 좀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상대방이 나를 찾아오게끔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음~ 옆에 열심히 붙어있어야겠다. 하하)


- 얘기 나온 것 중에 남자친구가 없다는 얘기를 했는데, 남자친구나 이런 거에 대해서도 좀 고민을 해?

있는데, 그건 약간 좀 부가적인 고민이야. 물론 가끔은 외롭다는 생각도 들지만, 내가 만약에 스스로 발전이 되면 알아서 남자친구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하하. 결혼도 좋은 사람이 있으면 하고 싶고. 근데 또 사람이 이중적인 게 좋은 사람이 있으면 해야지 싶다가도 결혼을 생각해 보면 나는 적어도 32살에 하고 싶다?

 
- 하하하. 뭐야. 2년밖에 안 남았잖아. (그러니까! 하하하.) 진짜? 그런 생각이 또 있어?
아직은 결혼을 하면 좋은 사람이랑 하고 싶고, 그 좋은 사람이랑 신혼을 좀 즐기고 싶고, 그다음에 내가 능력이 되면 애를 갖고 싶은데. 근데 만약에 애도 갖고 신혼 생활까지 지금이라면 적어도 33살에 하고 싶어. 그리고 가끔은 내가 뭐 내가 잘난 사람이 되면 알아서 좋은 사람이 따라붙는다고 했지만, 나이적인 부분도 너무 걸리는 거 같아.

 

- 직업적으로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아이를 낳으면 어쩔 수 없이 좀 휴식기가 좀 필요할 수도 있잖아.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은 좀 어때?

만약에 애를 갖는다면 진짜 많은 부분을 포기를 해야 되려나? 그건 충분히 상대방이랑 상의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내 직업이 지금 당장 일을 그만둬도 어쨌거나 다시 복귀를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을 하거든. 그래서 나는 복귀하는 건 걱정이 안 되는데 그 기간 동안 나는 쉬고 있잖아. 근데 남들은 나가 있잖아. 그게 조금 걱정이 되는 거지. 내가 좀 뒤처지는 것 같고. 그런데 만약 그때 미래의 나의 남편이 나에게 행복감을 주고 안정감을 주면 그게 보상이 되지 않을까? 사실 만약에 남편이 나보다 돈을 못 벌면 남편 보고 애 보라고 할 것 같아. 내가 나가겠다. 하하. 내가 돈 벌어 올게. 내가 너 먹여 살릴게.

 

아이에 대해서는 낳고 싶은 생각도 되게 있는 반면에, 그거랑 내가 이제 포기해야 되는 것들 그리고 내 몸의 변화 그 출산의 고통 그런 것들이 사실 두려워서. 그리고 이제 아이한테 들어가는 투자. 그러한 것들이 이제 걱정이 되니까 다 양면적이야.

여리여리 청순미 뿜뿜 지윤

서른, 새로운 시작점

- 10년 뒤에 우리는 마흔이 될 텐데, 마흔이 된 너한테 좀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네가 좋은 커리어를 갖고, 좋은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다. 너 결혼했겠지? 남자친구는 있니? 하하하.
 

- 좋은 커리어랑 좋은 가정이 뭔데?

좋은 커리어는 먼저 내가 지금의 나보다 내가 현재 머물고 있는 이 회사나 업계에서 전문가, 진짜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주니어 전문가가 되는 거. 그 정도 되길 바라고, 가정이라는 건 예를 들어 내가 갑자기 남편한테 나 지금 이 일 말고 예를 들어 진짜 돈이 안 되는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응원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나 또한 상대방이 만약에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어”라고 말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찾아봐. 아니면 그냥 집에 있어도 돼." 이렇게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 서로 이해하고 지지해 주고. 정말 좋은 가정이네. 너한테 서른은 어떤 시기인 것 같아?
사실 어떻게 보면 진짜 나이에 불과한, 어떻게 보면 새로운 시작인 것 같아. 나를 또 새로운 시작점에 놓아주는 느낌? 난 이제 막 부동산을 시작을 했고, 이제 막 알아보고 있고, 나의 새로운 시작점이지 않나.

 

- 멋지다. 응원할게.



고등학교 시절, 지윤이가 나에게 같이 적금을 넣자고 권유해 준 덕분에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적금이자의 맛을 봤던 기억이 난다. 돈과 투자는 지윤이의 관심사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도전한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 역시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사실 친구들 사이에서 지윤이가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공부하는 것에 대해 부모님께 얘기하는 것은 금기로 통한다. 괜히 얘기했다가 너도 지윤이처럼 공부를 좀 하라며 등짝 스매싱을 맞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지윤이와 인터뷰를 하며 가장 놀란 점은 지윤이가 정말 단순 명료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지윤이는 반도체를 공부하고 싶어서 반도체 학과를 가고, 쉽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반도체 회사의 문을 두드렸다. 또 투자를 하고 싶어서 공부하며 직접 투자를 한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거침이 없다. 무언가를 시도하는 데에 염려가 많은 나는 그 모습을 닮고 싶다. 농담처럼 옆에 꼭 붙어있어야겠다는 말을 했지만, 진심으로 오랫동안 지윤이의 옆에서 지윤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그리고 대답 없는 지윤이에게 물어봐야지. "지윤아, 그래서 지금 이 주식 살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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