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과 전공생이 출판사로 가게 된 사연
여름이의 서른은 가슴을 설레게 하는 LP를 한 장씩 수집하고, 헌혈 30번을 위해 헌혈의 집을 방문하고,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하나씩 보러 가는 날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우리의 인생은 이처럼 어떤 날들로 조금씩, 조금씩 채워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엄청나게 특별한 서른이 아닐지라도 상관없이 말이다.
여름이는 반곱슬인 나보다 훨씬 더 곱실거리는 머릿결을 가지고 있다. 여름이가 항상 매직을 하고 다니다가 더 이상 매직을 하지 않고 자신의 곱슬머리를 있는 그대로 오픈하기 시작한 그 순간을 기억한다. 그 모습이 정말 당당하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도 여름이의 유니크한 곱슬머리를 누구보다 좋아한다.
대학교 시절 여름이와 나는 서로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러주기로 약속했고, 아직 둘 다 감감무소식이다. 여름이의 마음을 뜨겁게 할 트루럽이 얼른 나타나길 기다린다. 여름이에게 축가를 불러줄 그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