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봄비가 내렸다. 봄비치곤 꽤 많은 비가 추적추적 내렸는데, 그 때문인지 와이프와 함께 가는 출근길이 평소보다 더 막혔다. 혼자 출근했을 때 막히는 길은 괜히 짜증나고, 안 그래도 가기 싫은 출근길을 더 우울하게 만들었는데, 와이프와 함께 출근하며 막히는 길은 오히려 우리가 더 많은 대화를 더 오랫동안 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출근길에 와이프와 나누는 담소는 같이 출근하면서 생긴 소소한 기쁨 중 하나이다.
막힌 길이 준 한 가지 선물이 더 있다. 어느 빌라 바깥에 놓인 화분들이 준 깨달음이 그것이다. 아침부터 비가 온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새벽부터 부지런히 집안에 있는 화분을 건물 밖 에어컨 실외기, 그리고 베란다에 옮겨서 흠뻑 봄비를 맞게 했을까싶다. 사소해보이지만 이런 정성스러운 손길이야말로 나에게 깨달음을 주는 순간들이다.
AI 시대라고 하여, 빠르고 새로운 것만 좇고, 즐기는 게 습관이 된 지금의 시대이지만, 가만 보면 이런 순간들 속에서 우리가 가치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서서히 잃어가는 게 아닌가싶다. 이사를 하며 떡을 돌리는 게 당연했던, 남은 음식들을 동네 곳곳에 나눠줘도 아무도 딴지 걸지 않던 옛날이 가끔은 그립기도 하다. 돈이 되지 않는 것, 비효율적인 것들은 점점 자리를 잃어가지만 그 안에 쏟았던 정성들과 정신들은 우리가 지금 시대에도 반드시 배워야하는 일이다. 화분 하나하나에도 온 힘을 다하여 정성을 쏟는 일들은 우리가 결코 버리고 등한시해서는 안되는 가치들일 것이다. 출근길 막히는 길이 알려준 가르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