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함과 고요함

by 영복

방학을 한 지도 벌써 3주가 지났다. 육아와 대학원에 정신없이 치이다 보니, 8월 녹음의 푸르름도 촉박히 지나간다. 아이들에게 내준 방학 숙제 덕에, 아이들의 행복한 방학 생활을 훔쳐보며 겨우 나도 한숨 돌려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초등학교 교실은 언제나 활기로 가득하다. 아이들이 쏟아내는 이야기, 사소한 장난, 웃음소리, 가끔은 다투는 소리가 교실에 떠다니고, 그 왁자지껄함 속에서 나는 교사로서의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아이들이 내는 그 소음은 묘하고도 따뜻한 온기가 있다. 그래서 시끄럽다고,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된다고 훈계하려려다가도 오늘도 잘 살아내는구나 하며 그런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곤 한다. 하지만 교사도 사람인지라 매일같이 정신없이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고요히 쉬고 싶은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아이들이 하교한 후의 조용한 교실, 잠시라도 아무 소리 없이 앉아 있을 수 있는 그런 시간. 왁자지껄함이 주는 기쁨도 분명 있지만, 딱 그만큼 고요함이 주는 평온함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밤이 되면, 우리 집에도 그런 고요함이 찾아온다. 예온이에게 분유를 새벽까지 먹이고 겨우 재운 후에야, 조용한 숨을 내쉰다. 바닥에 흩어진 손수건과 반쯤 남은 분유병, 아직 정리되지 않은 이부자리들이 여전히 분주한 하루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이제는 소리를 잃고 멈춘다. 처음엔 이 조용한 순간이 참 반가웠다.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만족감, 오롯이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해방감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고요함이 점점 낯설게 느껴졌다. 너무 조용한 거 아닌가? 혹시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침묵이 길어질수록 마음속 불안도 커져만 갔다. 살금살금 아이 곁으로 가서 조심스레 숨소리를 확인하고, 작고 여린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본 뒤에야 안심할 수 있었다. 고요함이 때로는 평온이 아니라, 불안을 더 짙게 만드는 것임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난 삶을 다시 배운다. 왁자지껄한 교실이든, 고요한 새벽의 집이든, 결국 그 모든 상황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데시벨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내가 얼마나 진심으로 그들을 사랑하느냐다. 아이들이 떠들며 다가올 때 내가 기꺼이 웃어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행복하고도 고요한 교실일 것이고, 예온이가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고요 속에서도 내가 예온이를 향해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왁자지껄함일 것이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보며, 그리고 내 아이 예온이를 바라보며 또다시 나는 삶을 배운다. 왁자지껄함과 고요함 사이의 의미를,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진심을 담아 살아가는 것이 결국 가장 큰 삶의 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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