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마천대루 -천쉐
어느 날 밤, 불이 가득 켜진 아파트를 바라보다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던 적이 있다. 건물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게 묘하게 느껴졌다. 어떤 사람은 막 퇴근했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자고 있을지도 모른다. 빽빽한 창들마다 다른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이 괜히 마음에 남았다.
천쉐의 『마천대루』는 그런 건물 하나를 따라가며, 그 안에서 피고 지는 수많은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마천대루’라는 고층 아파트가 있다. 누군가에겐 집이고, 누군가에겐 일터이며, 또 누군가에겐 도피처가 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메이바오’라는 여성이 죽는다. 평소 아름답고 친절하던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주변 사람들의 삶을 하나둘 끌어올린다.
이야기는 메이바오와 가까웠던 인물들의 시선에서 시작해 점점 더 멀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카메라가 줌아웃되듯, 개인의 죽음이 결국 한 건물 전체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메이바오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녀와 스쳐간 사람들의 마음이 천천히 드러난다. 그녀와 짧지만 진정한 사랑을 나누었거나, 어린 시절부터 함께 고통의 시간을 겪었거나. 혹은 그녀의 다정한 손길로 세상과 소통하게 되었다거나, 사랑과 현실 사이를 헤맸다거나.
모두 각기 다른 상처와 결핍을 안고 살아가지만, 그 곁에 있던 메이바오를 통해 잠시나마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는 돌봄을 받고, 누군가는 고백을 하고, 누군가는 외면한다. 그렇게 사람 사이의 온도가 엇갈리고, 마음의 결이 조금씩 드러나며 한 사람의 이야기가 결국 여럿의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된다.
이 소설의 제목이 ‘마천대루’인 이유는 분명하다. 이 건물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를 품고 있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누군가는 그 안에서 꿈을 키우고, 누군가는 도망치듯 들어오고, 또 어떤 이는 아무도 모르게 무너져간다.
메이바오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야기였지만, 곧 이 아파트에 사는 수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마천대루는 말이 없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처음엔 조금 혼란스러웠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았고, 메이바오와 직접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왜 필요한지 선뜻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소설이 단지 한 사람의 비극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마천대루라는 공간이 살아 있는 건물처럼 다가오기 위해선 그 안에 머무는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책을 덮고 나서도 메이바오가 계속 떠올랐다. 누구에게는 연인이었고, 누구에게는 누나였고, 누구에게는 그저 카페 매니저였던 그녀. 이 소설은 한 사람의 죽음으로 시작되지만, 끝내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으로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읽고 나면 슬프기보다 이상한 여운이 남는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누군가의 삶은 어디에선가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