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로 다가온 청춘
아무런 생각이 없을 땐
정말 오히려 현명해질 수 있는 법
그에게 현명할 연습을 제공하기 위해
기꺼이 희생양이 되었던가.
언젠가도 그랬지
내가 이제 참지 못해
억눌린 가슴을 열려 할 때면
그제서야 그는 알아차린 거야.
당황하기 시작한 그는 잠시 중심을
잃지만 이내 제자리를 찾고
오히려 당당해지곤 하는 거야.
바보같이 나는
더없이 불쌍한 -그 옛날의 책에서처럼-
오줌을 싼 아이가 되는 거야.
그는 선생님이 되어
주전자의 물을 내게 부어 주었지만
얼마만큼의 쾌감을 느꼈던가.
짐작하지 못한다
흑연의 촉감이 좋다
아직은 이 흑연의 촉감을 멈추고 싶지 않다
어쩌면 이것은
그에 대한 푸념을 더 늘어놓고 싶은
나의 다른 -어쩌면 어쭙잖은-
변명에 불과한 것이다.
잔인하게도
모든 것을 알아버린 그는
한 여인에게 모든 것을 드러내 놓은 듯
하지만 그 여인은 알고 있다
그가 부러 한가지 내지는
그 이상을 감추고 있음을
기대하는 건 무리
어줍잖은 잉크
자체에 만족하지 못하고
시험하고 싶었나 보다
세인의 눈이 중요치 않다고
늘 고집했음에도 스스로 부끄럽다
시간 속에서도
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주어진 공간 속에서
시간이란 놈을 만들지 못했다
불쌍한 암컷
암컷역을 못하는 암컷은
그네들 세계에서
그가 아무리 영향력 있다 할지라도
생을 함께 할
수컷은 없는 법
공간 속에서 움직이지 못했으니
외려 공간은 좁아지고
시간을 만들 기회는 사라진다
종족에서 도태될 벌을 받지 않은 것은
그래도 나는 감사해야지
그러나
스스로 부끄러워라
생산하지 못하는 암컷 마냥
인간으로서 공간을 움직이지 못해
허둥대는 나
이제 팔이라도 휘저어
시간이란 놈을 만들
준비를 해야되지 않은가
수화기를 들어
열자리나 되는 숫자를
암호인양 조심스레 눌러
허스키한 그녀
잔잔하게 밀려오는 간지럼.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한 채
그저 내려야 하는
그러나 가슴 저 깊은 곳
은근히 밀려오는 간지럼
그녀, 그녀의 목소리
속삭이듯 밀려오는 간지럼
할 일 없이 햇볕을 쬐고픈 나
허스키한 그녀를
원하는 순간에 파고들듯
밀려오는 간지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