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거리, 그리고 마음의 거리)
군산에서 근무하던 시절, 저는 전주에서 군산까지 매일 출퇴근을 했습니다.
전주와 군산을 잇는 산업도로는 통행량이 매우 많은 도로입니다.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에는 차들이 꽉 들어차고, 어디선가 늘 경적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 길을 달리다 보면, 때로는 저 자신도 놀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시속 100km로 달리면서 앞차와 5미터도 채 되지 않는 거리,
심지어 2~3m 거리를 두고 달리는 차들도 있었습니다.
그 결과는 늘 같습니다.
1주일에 2~3번은 사고가 나고, 도로는 정체되고, 서두르던 누군가는 결국 멈춰야 하고, 무고한 운전자들까지 피해를 봅니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가졌다면, 조금만 더 거리를 두었다면 사고는 없었을 것입니다.
누구나 바쁘고, 빨리 가고 싶겠지만 그 조급함이 오히려 모든 걸 늦추는 법입니다.
안전거리만 지켜도 사고는 크게 줄어듭니다.
이건 단지 도로 위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핼러윈을 즐기던 젊은이들이 몰려든 좁은 골목.
3년 만의 노 마스크 축제였습니다.
그곳에서 156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고, 사상자는 300명이 넘었습니다.
뉴스를 보며 마음속에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조금만 간격이 있었다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인파가 몰린 순간도 있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
2016년 광화문 촛불 집회,
BTS 공연,
여의도 불꽃 축제,
하지만 그땐 왜 큰 사고가 없었을까요?
누군가는 질서를 만들었고, 누군가는 스스로의 위치를 지켰으며, 서로를 향한 배려가 거리를 만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안전거리란 단순한 물리적 간격이 아닙니다.
안전거리는 타인에 대한 존중입니다.
교통에서도, 사회에서도, 관계 속에서도 거리는 곧 배려이고 예의이며 지혜입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단 하나,
안전거리가 필요 없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할 때, 서로의 마음을 나눌 때, 울고 웃는 감정을 함께할 때,
그때는 오히려 거리를 좁혀야 합니다.
선을 긋기보다 손을 내밀어야 할 때. 밀어내기보단 안아야 할 때입니다.
안전을 위해 적당한 거리를,
사랑을 위해 따뜻한 거리를.
지금 당신은 누구와 어떤 거리를 두고 살아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