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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latONG Jul 09. 2024

7. 등불

늘 그 자리에서

7월이다. 장마의 소강상태.

느껴본 여름 중 올해가 가장 싱그럽다.

7월은 마지막 하루 빼곤 특별한 일정이 없다.

바로 너의 생일이다.


어제 만나서 하루종일 놀아도

오늘 만나 하루종일 놀 수 있는 우리.


오늘 새벽 2시까지 전화로 떠들면

내일은 새벽 4시까지 떠들다 잠드는 우리.


그렇게 우리는 변함없이 10년을 함께했다.


모든 관계에서 권태감을 느끼고 있는 요즘 너만이 예외가 되어 무서웠다. 얕지는 않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려고 노력하지만 늘 너만이 그 틀을 벗어난다.


내가 나의 가족한테 그런 마음을 먹지 않듯이 너도 그 틀에 들어갈 대상이 아닌 것이다.


부쩍 무거워지고 있는 나의 마음에 숨 쉴 틈이 되어준 너에게 가볍게 마음을 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저 오늘도 고마울 뿐이다.

혹여나 멀어지더라도 너를 향한 응원과 애정만큼은 절대 변함없을 것 같다.


과거에 머무르는 얘기가 아닌 지금의 얘기를 하고 있다는 건 앞으로 펼쳐질 우리의 이야기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그려보고 있는 이 순간에 나는 많이 설렌다.


우리는 앞으로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있을까.


우리 사이에서 변함없는 게 한 가지 더 있다.

우리 집과 너희 집 사이 거기 그 가로등불 아래에서 꼭 헤어지기.


그 등불은 딱 우리 집과 너의 집 가운데 지점이다.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다시 가운데로 돌아와 재잘거린다. 기분이 좋은 날엔 한 명이 데려다 주기도 한다.


그 등불은 우리가 다른 길로 혼자 가는 유일한 곳이다.


춤춰달라고 하면 개구지게 춤춰주는 너.

거기서 나누는 대화가 길어질 때쯤 벌레 걱정이 되는 너.


너무 소중해서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매일 노력해.


언젠가 거기서 헤어지지 않게 되더라도,

우리가 늘 그 자리에 함께였다는 걸 기억하자.


자주 만나도, 자주 못 봐도

늘 반가운 내 친구.

네가 있어서 내가 늘 채워져 있어.


내 여름밤 마술이 되어주어 고마워.

7월 가득히 너의 생일을 축하해.

읽자마자 너가 떠올라 너에게 보냈던 그 때 그 구절.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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