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 않을 용기
본격적 여름이다.
이 맘쯤 되면 그 사람이 생각난다. 이제 점점 흐릿해지는 걸 느끼면 기분이 마냥 좋지 않다.
우린 멀리서 서로의 오늘을 응원하고, 내일을 격려하던 사이였다.
하루도 거르지 않는 연락이라는 게 가능한지를 느끼게 해 준 사람.
부끄러워해도 늘 손편지와 시를 써주던 사람.
내가 노래방을 좋아하게 만들어준 사람.
재회를 꿈꾸게 한 사람.
이 모든 순간을 함께한 우리는 한 여름밤의 꿈으로 남아있다.
떠올리는 순간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는 나를 본다.
하루는 피식 웃고,
또 다른 하루는 욕을 하고,
또 어떤 하루는 눈물을 채운다.
끝이 어땠던 참으로 아까운 관계였다.
맺었던 관계 중 감히 내 온 힘을 쏟았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유난히 비가 많이 왔던 그 해, 난 한 줄기의 비도 맞아본 적이 없다. 매일 그날의 날씨를 대비하지 않는 나에게,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기상 캐스터가 되어주었다.
돌이켜보니 알고 지낸 날 중에, 막상 함께 우산을 쓴 날은 없었다. 우리의 날씨는 늘 화창했다.
그 사람은 나에게 우산 그 자체였다.
온 힘 불어 불어진 고무풍선의 입구를 놓아버릴 때, 그 풍선은 얼얼한 볼이 무색하게 맥없이 쭈글쭈글한 풍선이 된다.
다시 불기 싫은 그런 상태.
그런 상태로 널 놓았다.
기다린 것 마냥 잘 가던 네가 너무 싫었다.
새벽 5시까지 마지막을 좋게 담아주려던 날 떠올리면 아직도 쓰리지만..
넌 죄책감에 더 쓰렸을 거 생각하니 위안이 된다.
그날,,,
널 보러 가지 않은 게 아직도 잘한 짓인지 모르겠어. 그때도 후회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러지 않기 위해 애를 써.
친구가 묻더라 시간이 지나면 미화되는지.
난 그렇다고 했어.
그게 내 선택을 후회하게 하진 않더라고.
서툴지만 원 없는 사랑을 한 우리가 많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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