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을지 풀을지는 늘 나한테 달려있는 거야.
넓지만 얕은 인간관계 vs. 좁지만 깊은 인간관계
난 늘 후자를 선택하는 내향형 인간이었다.
그리고 내 사람들을 꽤 잘 지켜왔던 한 사람으로서 나의 관계 발전에 나름의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늘 폭풍은 이런 안일함에서 온다..
사람에게 정이 떨어지는 데는 한순간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사실 그 정이 꽤 오래전부터 타들어가고 있었음을 부정하곤 한다.
내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다.
네가, 우리가,,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언제부터였을까..
만나면 뭐 먹을지, 어딜 갈지 고민을 하며 만나기 전부터 이미 설레었던 난, 점심 먹고 점심 약속에 온 널 만났다.
서로의 취향을 알아가며 까르르 웃음이 나왔던 우린 온데간데없고, 자신의 취향을 찾으러 흩어지고 계산대에서 의미 없는 웃음을 짓는 우릴 만난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어느덧 노을이 지고 그 노을을 보며 아쉬워했던 우리가, 해가 중천에 떠있는 여름 저녁날에 같은 방향의 길도 다른 길로 만들어 귀가하는 너를 보니..
이제 알겠다.
미뤄지는 약속들을 보며 들었던 내 기분이 이제야 설명이 되었다.
너에게 난 이제 더 이상 아쉬워할 감정도 남아있지 않은 모양이다.
너와의 관계가 예전만큼 간절하지 않기에,
그날의 만남에서 우리의 미래를 그리기보단 지웠던 것이다.
내 꽉 쥔 주먹 안에는 고운 모래가루가 있다. 아무리 꽉 쥐어도 새어 나오는 가루가 있다. 이미 많이 빠져나왔고 주먹 안에는 얼마 남지 않은 가루가 자리하고 있다.
난 이 모래를 내 손바닥 안에 그대로 둘 것이다.
다시 꽉 쥐지도, 유리병 안에 고이 담아 보관하지도 않을 것이다.
바람에 날아가면 날아가는 대로,
달라붙어 있으면 붙어있는 대로,
그대로 둘 것이다.
이 풀어져버린 관계가 다시 매듭이 지어지길 바라는 희망을 갖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그저 멀리 왔다.
그 시절에 너와 맑고 밝은 고등학교 생활을 함께해서 행복했어.
우리 이제 풀어져보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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