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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latONG Jul 06. 2024

6. 인정

첫사랑의 기준

살아가면서 많이 거론되는 주제:

‘첫사랑’의 정의와 그 기준.


세상에는 다양한 사랑이 존재한다. 나는 이 친구를 통해 사랑의 존재를 느꼈다. 그리고 우린 꽤 이상한 관계였다.


남녀 합반이던 시절, 난 그 아이와 1년 중 300일 가까이 이야기도 나눠본 적 없는 사이였다. 그리고 겨울방학이 끝나고 반배정만을 앞둔 그 마지막 달에 그 아이와 내가 앞뒷자리로 만났다.


그 아이는 게임을 좋아했다. 그 당시 PC방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게임을 좋아했다.

난 모바일 게임 중 퍼즐 게임을 좋아했다.

나의 게임을 단지 좋아하고 단계를 깨주겠다는 승부욕에서 시작된 우리는 어느새 게임을 줄이고 대화를 자주 했다.

그리고 반배정을 앞둔 전날. 그 아이의 말 한마디.


“같은 반 됐으면 좋겠다.”


난 같은 반이 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곤 해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다. 친해진지 얼마 안돼서 헤어지긴 너무나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반이 되면 안 될 것 같았던 말을 이어서 했는데.


“같은 반 되면 나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그리고 거짓말처럼 우린 같은 반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그 아인 나에게 고백을 했다.

그 당시 재미로 사귀고 헤어지는 친구들과는 달리 나는 연애를 시작하는 것을 굉장히 신중히 했기에 나는 거절했다.


그런데 시작된 우리의 온전한 1년 동안 그 아이는 나에게 희로애락을 다 안겨주었다.


졸업사진을 찍기 전 안경을 벗기로 결심한 나에게 예쁘다고 해준 너.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지내는 한 친구를 챙겨주다가 고백받았다는 이유로 사귀는 너.


거의 한 달 가까이 한 반에서 말도 안 하고 연락도 안 하고 지냈던 너.


실내화를 안 가져온 나한테 말도 안 되는 큰 실내화를 벗어주고 신발을 신고 학주한테 대신 혼이 나던 너.


그 사이에 우리한테 다른 이성들이 많이 찾아갔었다. 그럼에도 우린 서로를 놓지 못했다.

걔는 아마 자기 혼자 좋아했었다고 기억할 것이다.

그 이후 몇 번의 고백이 더 있었다.

나는 그때마다 거절했다.

그럼에도 내 곁에 있어주는 너는 나에게 뭐였을까.


“너만큼 좋아해 본 사람이 없었어. 이게 첫사랑이 아니면 뭐야.” 졸업을 하고 그 아이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

난 그때만 생각하면 마음이 채워진다.


나를 반짝반짝 빛나게 해 주었고,

학교 가는 것을 즐겁게 해 주었고,

사랑을 주는 법을 배웠다.


이뤄지지 못했던 우리지만

그래서 더 찬란하고 소중해.


고마워,

날 좋아해 주는 너를 좀 더 오래 보고 싶었어.

서로가 서로에게 참 좋고 못났지만

난 아직도 마음이 힘들 때 널 추억해.


비록 너에게 전하지 못했지만 나는 인정해.


내 첫사랑의 기준은

그 단어 부름에 바로 떠오르는 한 사람.


너도 나의 첫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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