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콩 & 야채 리조또
사실 별 다를 거 없는 우리네 하루, 일상에서 각자의 멘탈을 붙잡기 위해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거창한 게 아니라 소소한 것 사소한 것에 대한 감사함, 즐거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행위를 하는 일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글이고, 요리고, 명상이고, 운동이고, 독서다. 요리할 때, 창의적이다. 어디서도 먹어보지 맛한 맛.을 낼 때 새롭지만 건강하면서도 간이 알맞게 밴 맛있는 음식을 만들 때 행복감을 느낀다.
이 재료에 이 맛을 더하면 어떨까. 이 재료를 넣으면 어떤 맛이 날까. 내 성미상 정확한 계량을 재가며 한다는 건 견딜 수 없는 일이고 뭐든 조금, 살짝, 그만 등 당최 계량을 가늠할 수 없는 추상적인 말들을 써가며 뚝딱뚝딱 요리한다. 가끔은 이런 내가 재밌고 웃기고 귀엽기까지하다.
완성된 요리도 만드는 사람의 성미와 성격과도 꼭 닮는 걸까. 내 요리는 내 성미와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치만 그 맛은 가히 환상적.이라는 것만큼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내 요리는 나처럼 때로는 엉뚱하기도 당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을 때도 있지만 그 맛은 환상적인데다 매력적이라는 생각이다. 고로 매력적인 날 닮아 내 요리는 매력적이다.
일상에 큰 무리 없이, 큰 별 일 없이 평온한 상태를 나는 무척이나 사랑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들로 나를 채우다 보면 어느 것 하나 감사하지 않은 것이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먹는 것. 입는 것. 바르는 것. 내 물건. 신발. 파우치. 책. 가방. 매일 쓰는 접시, 그릇. 수저. 포크. 스푼. 매일 쓰는 컵. 매일 덮는 이불(침구류)...
날 둘러싼 모든 것은, 환경은 곧 나다.
하루 2끼. 점심 한 끼. 저녁 한 끼.를 차려내는 내 마음은 늘 고요하고 차분한데, 수양자가 된 듯. 내 자세, 몸과 마음가짐 모두 이토록 바르고 정갈할 수가 없다. 날 위한 요리란, 내가 날 대하는 태도라는 생각은 늘 효과적이다. 한 끼를 만드는 일은, 어떤 방식으로든 내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깨어있게 하는 수양.이 된다.
요리할 때, 어느 순간 몰입을 경험하고 그 몰입은 내게 명상과도 같다.
사랑.이 없는 음식은 살아있는 음식이 아니다.
신선한 식재료들 하나하나 씻고 만지고 다듬으면서 각 재료들이 가진 본질, 생명력을 매 번 느낀다. 음식도 살아 숨쉬는 것이어서 먹는 것.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 가치는 그 어떤 것으로도 매길 수 없다. 그 효용과 가치는 내 몸과 마음이 가장 먼저 안다. 내 몸이 반응하고 내 마음이 반응한다.
요즘 가장 애정하는 그릇에 저녁 한 끼.를 수북이 담았다. 보는 것 만으로도 넉넉한 마음이 인다.
사랑. 감사함, 매일 2끼.를 손수 차려낼 때의 내 자세와 태도와 마음가짐의 핵심이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랑. 그리고 감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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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lic & leek pasta
자연은 말이 없다.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어떨 땐 우두커니 서있는 나무에게서, 흙속에서 피어오른 잡초들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나도 너와 같지 않아.
너도 나와 같구나.한다.
깨닫게 된 것 중 하나는, 나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 어쩌면 자연에. 자연적인 것에. 내 삶의 태도가 닮아지는 건 필연이겠다. 자연의 일부이기에, 자연으로 돌아가는 마음. 자연처럼 살고 싶은 마음. 그렇게 놀이하듯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살아가야지.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자연의 일부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인지. 기적인지. 선물인지.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다. 감사하니 많은 것에서 자유로워졌고 내가 사는 세상이 우주가 세계가 아름다워보인다.
"사람은 나이 들어가며 본래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로 되어있다."
데이비드 보위의 말.이 내 마음에 닿았다.
아름다운 세상을 나는 앞으로 얼마나 경험하게 될까.
앞으로 나는 몇 해 더 이 수많은 별과 달과 해를 볼 수 있을까.
내게 남은 시간은 얼마일까.
그러니 이 순간순간을 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