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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Jun 12. 2024

눈물 나는 날엔 샌드위치를 부탁해

눈물 쏟아내는 걸 곧잘한다. 그렇다고 일부러 눈물을 쥐어짜는 것은 아니고 눈물 날 때, 울고 싶은 그런날, 

그냥 펑펑 울어버린다. 울게 내버려둔다. 눈물을 쏟아낸다. 


그러고나면 얼마나 속이 시원하고 개운하고 내 마음과 기분이 맑아지는지. 그런 날이 오고야 말았다. 조금은 오랜만인 듯하다. 소파에 반쯤 기대어 누워 무릎엔 노트북을 켜고 할일을 시작하려 했을 때였다. 노래를 듣다 눈물을 왈칵 쏟았다. 


이별 노래이거늘 어제 오늘 겪은 안좋은 일들과 오버랩되면서 눈물이 나고야 말았다. 여느 날처럼 무심한 일상을 보냈고 분명 털었거늘 갑자기 왈칵하는 걸 보니 무드에 유독 취약함이 요로코롬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렇게 눈물을 개어내니 한결 기분이 낫다. 개어내니 이제서야 이별 노래임을 더욱 실감하며 사랑했던 지나간 옛 사랑들이 떠오르는 건 또 무엇인지. 사랑하고 있지 않은 요즘, 어제 오늘과 같은 마음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 내 사랑이 옆에 있었다면 조금은 위로가 되어주었겠지. 별의별 생각이 드는 밤이다. 


개인적으로 기분 좋지 않은 일을 겪게 되었음에도 나는 생각보다 차분하다. 고요하다. 굳이 좋지 않은 기억을 곱씹고 싶진 않고 이런 상황에서조차 외려 앞으로의 내가 걱정되지 않는 스스로가 그저 신기할 뿐이다. 


나이 먹어서인가. 확실한 건, 

나는 생각보다 아주 괜찮다는 것. 


"아니 얼마나 좋은 일이 있으려고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도대체 어떤 신나는 일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로 이어진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인생 뭐 별거냐.라는, 

까짓 거 죽기 밖에 더 하겠어?하는 평소 내 마음가짐도 이런 내 태도에 한 몫한다. 


"우리는 사소한 일들로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월든 속 이 말 또한 늘 마음에 새긴다. 


이전보다 나은 나, 

어제보다는 나은 나, 

성장 한 나.라고 

이젠 여유를 갖게 되었다고 자부했는데, 


최근 몇 달 간 스스로를 괴롭혔던 나를 돌아보는 일, 효과가 있었다. 


나를 성장시키려고 이런 일이 일어났구나. 

나는 이렇게 또 다시 인생을 깨닫고 배우고 느꼈고 온몸으로 두들겨 맞았다. 


결과적으론 아주 잘 된 일이었다. 내가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확신하게 되었고 명확해졌고 선명해졌고 용기가 생겼다. 밤의 고독을 통해 내 안의 나를 다시 만났고 대화했고 잠시나마 내 안의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구상중이다.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지.

확실한 건, 왠지 모를 좋은 예감이 든다는 점이다. 

아무렴. 내 마음이 그러한데 무엇이든 잘 되지 않을까. 무엇이든 못할까.의 마음이다.  

 

인생은 늘 그렇듯. 

날 당황시킨다. 

놀래킨다. 

울린다. 

활짝 웃게 한다. 


인생이라는 파도를 이제는 좀 즐기게 되었달까. 

요즘 인생이라는 파도를 마주하는 나의 자세가 무심하기 그지없다. 무심함은 평온함이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 제목처럼,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말처럼, 


이때의 안녕은 bye가 아닌 Bonjour!다.

슬픔을 환영하고 맞이하는 나 역시도 내 삶에 슬픔과 고통이 필연이라면 온 몸으로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 


오늘 흘러 내린 내 눈물의 의미가 무엇이었을지 나는 애써 답을 찾지 않는다. 

그저 눈물이 났고 내 기분이 나아졌고 치유됐고 개운해졌고 청량해졌고 맑아졌으면 그거면 된거다. 


수많은 선택 그로 인한 수많은 경험을 통해, 사실 난 이 눈물의 의미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내일이면 나는 늘 그랬듯, 

언제 그랬냐는 듯. 


단단한 나.로 어제보다 나은 나.로 다시 일어설 것이다. 


한 가지 더. 

우리 인생에서 나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 

나 자신 뿐이라는 것. 

내 스스로를 내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켜줄까. 


모든 사람들한테 맞추거나 사랑받거나 잘보이고 싶은 마음은 내게 없어진지 오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지금처럼 나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봐주고 사랑해주고 믿어주고 아껴주는 사람들과 함께일 것이며 나 또한 그들에게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 기꺼이 나의 두 어깨를 내어줄 수 있는 그런 류의 달콤한 사람이 되려 늘 노력하는 내가 될 것이다. 


내 의식이 늘 깨어있으려 노력하는데, 

깨어있어야 어딘가에 무언가에 쉽게 홀리지 않는다. 빠지지 않는다. 


헌데 이런 일을 겪고 정신 차려보니 내 의식의 흐트러짐의 결과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되었고 자책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안아준다. 


다시 한 번 인생에 대해, 사람에 대해 깨우쳐 준 나의 이 상황에 감사함을 느낀다. 

"얼마든지 들어와보렴, 난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기꺼이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거든, 늘 그랬고 결국엔 견디고 이겨냈어!" 


"울고 싶으면 울어. 괜찮아!" 

펑펑 울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 언제든 펑펑 울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다.  

그들도 나와 같이 인생의 단맛 쓴맛을 아는 사람일거라 확신해서다. 


마치 습관처럼 눈물 나는 날엔 내가 나에게 샌드위치를 주문한다. 

"샌드위치를 부탁해~!" 

 

단맛, 짠맛, 신맛이 조화로운 오픈 샌드위치로 눈물을 훔치는 나 자신을 위로한다. 

내가 날 위로하는 것만큼 더 따뜻한 위로는 없다. 


내가 날 알아주면 된다. 내가 내 슬픔을 알아주면 된다. 


요리는 늘 이런 방식으로 날 위로하고 치유하고 무한한 사랑을 준다. 

초아 식탁에선 늘 기쁨이도 슬픔이도 하나가 된다.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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