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기
나는 자주 도착지보다 두 세정거장 전에 내리곤 하는데, 목적지가 있기 때문에 내 걷기의 목표가 분명하기도 해서 지루한 일이 아니거니와 걷기를 좋아하는 내게는 그 자체가 놀이다. 그러다보니 약속 시간보다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나오는 편이다.
공원을 여유있게 걷다가도 나는 곧잘 걸음을 멈추기를 반복하는데, 무언가 호기심 가득한 것들이 내 눈에 보이기라도 하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성미가 있다. 청량한 기분이랄까. 내가 마치 자연이 된 듯한, 자연의 일부임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나는 그렇게 내 몸의 반응과 마음의 반응을 살피고 그들을 있는 그대로 느끼려 노력한다. 그것만으로도 내 기분은 날아갈듯 가뿐하면서도 청량해진다. 그 청량함이 날 숨쉬게 한다.
요즘의 내 산책은 가까운 곳을 바라보는 것보다 먼 풍경을 바라보는데 집중하고 있는데 풍경 너머 저 멀리 보이는 등선과 파란 하늘위 솜사탕 같이 피어있는 구름을 보고 있자면, 그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먼 풍경을 바라보며 내 삶을 이에 빗대보기도 대비하기도 한다. 멀리보는 연습.을 하듯, 내 삶도 서두를 것 없다고. 될일은 된다.고 그저 내 맡겨보는 일.이라며 날 다독인다.
이렇게 나름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보니, 나만의 작은 습관들이 생기게 되었는데 여느 일상과 다를 바 없는 루틴에서, 내가 잠자기 전 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내일 입을 옷가지들을 정해 포개 놓는다. 사소하지만 내겐 내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재정비하고 셋업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면서도 빠지지 않는게, 내일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다. 내 생각과 마음을 좀 더 이지하고 심플하게 만든달까.
두번째는, 스트레칭 그리고 내게 전하는 감사인사인데, 잠들기 전 스트레칭을 빼놓지 않고 한다. 다리 팔, 상체 하체 순차적으로 여러번 반복해서 근육을 당겨주고 스트레칭을 마무리한다. 내 안의 잔근육들이 쫙쫙 찢어지는 듯한 기분은 내 의식을 각성하게 하고 깨어있게 한다.
그러면서 내 몸도 자연이라는 생각은 물론 명료하게 파릇하게 살아있음을 의도적으로 느끼게 된다. 스트레칭을 하면서든 마무리하고나서든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뱉기를 반복하다 모든 게 안정이 되었다.싶을때, 두 손을 정중앙으로 모으곤 명상을 한다.
명상에 낮과 밤이 있으랴. 내겐 명상은 내 몸과 마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류가 되었다. 이 과정은 자고 일어났을 때의 내 하루에 큰 생명력을 준다. 하루의 스트레스를, 우울을, 슬픔을... 부정적인 감정을 자기 전 침대로 불러 일으키지 않으려는 나의 지리한 노력도 이런이유에서이다.
자기 전 좋은 생각으로 잠이 드는 것만으로도 내 정신과 의식은 각성되고 그 기분과 감정과 태도가 고스란히 뇌에 저장된다고 믿는다. 그러고보면 낮과 밤의 시간적 분류가 정말 중요할까.싶다. 24시간이라는 하루도 우리가 만들어낸 기준일 뿐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곤한다.
좋은 마음, 긍정적인 생각, 감사한 마음 끝엔 늘 숙면이 기다린다. 언제 잠든지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리곤 어떤 꿈도 꾸지 않고 마치 정전이 됐다 다시 불이 켜지듯 듯아침에 눈을 뜬다. 정말이지 눈 깜짝할 새 새로 태어난 기분에 이토록 상쾌한 기분일 수 없다.
인생은, 삶은 그저 사는 것. 그저 흘러가는 것이라면 낮과 밤, 하루가 24시간이라는 개념도 의미도 어쩌면 달리 해석해보아도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날 잠자기 전 좋은 생각을 하기.로 이어지게 한다. 내 정신이 맑으면 맑을 수록 내가 날 통제할 수 있게 되고 의도적인 삶을 살게 되고 내가 할 일들이,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분명해진다. 그런 과정 속에서 날. 발견하는 새로움이란 덤이고 선물이다.
평범한 것 같지만 내 스스로가 평범하지 않다고, 사소하지 않다고, 별 거 아닌게 아니라고 느끼면, 그 순간 내 행위는 깊어지고 가치있어지게 된다. 내가 사는 방식이자 지금의 내 삶의 태도이다.
유한한 삶. 나는 언젠가 죽는다.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을 곱씹다 보면 내 인생이 이토록 소중해보이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조금 살아보니, 삶은 정말이지 그냥 사는 것이었다. 주어진 삶 속에서 내 운명을 만들어가며 깨닫고 성장해가는 것. 그게 인생이고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