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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Jun 13. 2024

나를 설명하지 않을 이유

요즘 부쩍 사진을 보다가 그 기억을 소환해 추억하고 그 추억을 통해 내 삶을 관찰하고 있다. 꽤 괜찮은 현상이다. 


인디고 블루 페인트가 흩날린 듯한 하늘을 바라보다,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다, 요리를 하다, 설거지를 하다, 빨래를 하다, 커피를 내리다가도... 날 둘러싼 모든 환경과 상황들이 온통 날 깨어있게 하고 의식하게 하고 알아차리는 것 투성이다. 


"살다보면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우리는 예측 할 수 없다. 어디에서건 내가 내 삶에 만족하고 충실하다 보면 또 다른 기회라는 뜻밖의 통 큰 선물이 언제 찾아올지 누가 알아." 지금 내 마음 상태다. 


저녁 먹고선 노트북 앞에 앉고선 대뜸 제목에 나를 설명하지 않을 이유.를 썼다. 그러고선 이렇게 의식의 흐름대로 내 마음을 읽어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나를 설명하지 않을 이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미 지나간 과거의 나.를 설명하려 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그것의 무쓸모를 느끼게 되었고 과거의 나.는 이제 더 이상 설명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무너져 아무리 발버둥 쳐보아도 도저히 일어나지지 않았던 고꾸라지기 바빴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이미 지나가버린 조금은 남부럽지 않았던 나.의 모습에 대한 후회와 집착이 원인이었다. 


이미 지나간 과거에 얽매여 사는 것 만큼 안타까운 것은 없다.고 과거에 대한 후회와 집착이 내 몸과 마음을 좀먹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지금은 뼈저리게 알고 있다. 


“이제 더는 굳이 나를 설명하고 싶지 않아. 

그러고 싶지 않아. 

말도 줄이고 싶고 그저 덤덤하게 살고 싶어.”


과거의 나도 나였고 방황의 연속이던 시절의 나도 나였고 순간순간 추억되는 그시절의 나도 나였다. 지금의 나도 나다. 내게 가장 중요한 건 현재의 나.뿐이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자. 다 잊자. 이 다짐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이 다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까지는 몇 년이 걸렸지만 나는 서두르지 않고 내게 주어진 내적 고통을 감내하며 천천히 조금씩 그렇게 과거의 나로부터 독립하게 되었다. 


이제는 가령 어디에 다녔었고 어디 출신이에요.등등 이런 것들에 대해 아무런 효용과 호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 효용과 호감이란, 내 스스로가 가진 가치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젼혀 상관없는 것이라는 걸 안타깝게도 너무 늦은 나이에 깨닫게 됐지만 그런 나도 나라고.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그 얼마나 다행이냐고. 미소 짓고 만다. 


스스로에게 주어진 고통이 그 종류가 어떤 것이라 한들 감내해야 할 것은 감내해야 한다고 받아들이게 되면 그 고통은 어느 순간 전혀 다른 세계로 날 안내한다. 


그런 경험들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내게 엄청난 자산과 소재들이 되어주고 있다. 


나는 이제 나를 설명하지 않을거다. 

설명하고 싶지 않다. 


지금 내겐 지금의 나.가 있을 뿐이다.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에 사는지. 

어떤 차를 타는지보다는,


나는 왜 이곳에 사는지. 

왜 이 일을 하는지. 

기분은 안녕한지. 


그런 것들이 훨씬 가치있고 의미있고 날 파닥파닥 살게 한다. 


말만 그러지 말고, 글로만 적지 말고, 정말 그렇게 살아보는 거야. 알겠지? 


무튼 나는 이제, 나를 굳이 설명하지 않는 사람.이 더 멋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멋지고 싶어서 나를 설명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고 그저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내 마음이 단단할 수 있다면 괜찮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괜찮다.는 딱 그 마음이다. 


사실 사는데 뭐 그리 많은 설명이 필요한가. 

그저 이 세상에 나를 내맡겨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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