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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Jun 13. 2024

진짜 행복은 작고 사소하다

요즘 저녁 루틴 중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1단계 회전모드로 켜놓은 서큘레이터가 돌아가는 소리와 내 집안 그 특유의 공기와 분위기, 포근함, 내 몸의 개운함과 그 축축함 사이의 그 촉촉함이 자연스럽게 은은하게 조화로울 때다. 


거실에서 실내화를 꼭 신는데, 굽이 좀 있으면서 가벼운 슬리퍼를 신고 내 집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때 나는 소리도 이토록 정겨울 수가 없다. 나는 일상의 아주 작고 소소한 행위와 경험들을 할 때면, 온전히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순간 같아서 신이 난다. 믿기지 않을 만큼, 나는 매일이 새롭고 하루에도 여러 번 행복감을 느끼는 편이다. 행복감을 느낀다는 기준도 순전히 개인적일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몸에 아직은 좀 남아있는 물방울이랄까. 촉촉함이 거의 말라갈 때쯤의 그 청량감을 좋아한다. 이 밤, 수건을 활짝 펴면서 나는 깔깔깔 웃고야 말았는데, 정말이지 행복해서 기분 좋아서 나는 진짜 미소이자 웃음 소리였다. 


단 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는데, 수건을 훅 너는 행위와 동시에 소위 찐 웃음과 알아차림을 동시에 경험했다. 그러면서 "맞아, 이게 진짜 행복이지. 행복 정말 별 거 아니야. 초아야, 이런 것에서 조차 행복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한 너라서 얼마나 다행이니. 얼마나 감사하니. 네 마음이 어둡고 힘들었던 시절이 없었더라면 이런 행복을 깨달을 수 있었을까. 이 순간 그 무엇이 두렵니? 무흣^^." 내 안의 소리가 말했다. 


1분도 아니었다. 그 순간의 경험은 불과 몇 초 동안의 것이었다. 행복은 정말이지 순간순간의 기분좋음이다. 행복하면 되었고 기쁘면 되었고 만족하면 되었다.는 생각이 있다. 나는 동시에 안도하고야 말았는데, 내겐 행복함을 느낀다는 건, 지금 내 마음이 평안하다는 것, 평온하다는 것, 편안하다는 것, 걸리는 것이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수건을 널다 흘러나온, 너무도 자연스러웠던 나의 진짜 미소와 웃음 덕분에 침대 맡 기어코 키보드를 두드리고야 말았다. 


그러다 하품이 나왔는데, 이 하품 하나로 나는 잠자기 전 또 한 번의 행복감을 맛보았다. 하품을 아주 크게 하면서 든 생각은, 이 글을 마치고 나면 나는 바로 잠이 들겠구나.싶은 마음에서다. 


10시만 넘으면 침대로 곧장 향한다. 몸이 절로 반응한다. 그 반응이 나는 무척이나 반가운데 정말이지 침대에 누우면 자야지.하는 순간 아침이 되어있다. 그마만큼 잠이 잘 들고 푹 잘잔다는 방증이다. 잠을 잘 잔다는 것, 수면에 문제가 없다는 것. 내겐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잠 잘 자는 나, 행복한 사람이다. 


이토록 소소하고 사소한 행복이 어쩌면 전부일지도 모른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진짜 나의 내면에서 이는 기분좋음, 감사함, 아름다움, 따뜻함, 따스함, 순수를 경험하게 한다. 


행복엔 실체가 없지만, 행복엔 주인이 있다. 내 행복의 주인은 나 자신 밖에 없다. 


침대에 누워 낮동안 바짝 말려두었던 침대 스프레드면을 양손으로 슥삭슥삭 해본다. 그 바싹함을 나는 좋아하는데, "아이 좋아라."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내 숙면을 더욱 도울게 분명하다. 


행복은 순간순간이다. 내가 기분이 좋다면 그것이 행복이다. 내가 지금 이 순간 기쁘다면 그것이 행복이다. 지금 이 순간 벅차오름을 느낀다면 그것이 행복이다. 행복엔 정답이 없다. 행복은 개인적이라서 주관적이라서 사적이라서 또 힘 하나 돈 하나 들이지 않고 경험할 수 있는 매 순간순간의 황홀경이다. 


눈이 스르르 감겨온다. 힘겹게 키보드에 손을 올린다. 그래도 마무리는 해야 된다는 마음과 잠이 쏟아지는 경험을 동시에 하고 있다. 이마저도 재밌다. 


내일 아침,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되어 잠에서 깰텐데, 분명 푹 잘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하고 기분 좋아하고 상쾌함을 느끼는 행복한 내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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