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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Jul 01. 2024

나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눈뜨고 시계를 확인했다. 몇 시인가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2024년 7월 1일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여느 날처럼 눈뜨고 이부정리하고 미지근한 물 한 잔 마시고 5분간 명상을 하고 자리에 일어나 소파로 갔다.


자기 전, 이십여분 정도 책 읽는 습관이 있다. 책을 읽고 난 직후 밀려오는 만족감과 충만함이 자장가가 되어준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겠는, 눈뜨면 아침이다. 텅빈 느낌. 분명 잤을 텐데 잤는지. 혹은 잔 것 같지 않고 마치 꿈꾼듯하다.


여름인 것이. 창문 너머로 매미소리가 들린다. 매미가 자기의 계절이 왔음을 알리는 대놓고 울려댄다. 자연의 소리겠고 우주의 소리겠다. 소파에 앉아 등을 기대 커피 한 잔과 함께 만끽하는 지금 이 순간. 삶은 이런 것이다. 순간순간. 그 찰나가 경험되어지는 것.


와우. 쏜살같다. 7월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만큼. 조급해하지 말자고 다독인다. 20대땐 서른 후반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해보진 않았는데, 마치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닌 결혼처럼. 삶도 그렇다. 내가 하고 싶다고해서 내가 원한다고 해서 내가 조급하다고 해서 되는 건 없었다. 마음대로 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 삶에 나 자신을 내맡기는 수밖에.


매미 소리가 잔잔해졌다 수그러졌다 다시 높아졌다를 반복한다. 이마저도 너무도 자연스런 풍경, 분위기, 바이브 속 바라본 집안 풍경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나의 하루가, 나의 일상이 쉬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치지 않도록 내 외면과 내면 곳곳에 안정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나만의 질서고 태도다.


백팩을 꺼냈다. 백팩을 멘다는 건 내겐 비장한 각오로 임하겠다.는 건데. 오늘 백팩이 메고 싶어졌다. 백팩을 메면 유독 씩씩한 걸음걸이가 된다. 양손의 자유로움도 한 몫하고 책도 여러권 넣을 수 있고 마치 도라에몽 요술 상자처럼.


남과의 비교를 하지 않게 된 데에는 내 안의 빛을 찾아가면서부터다. 남과의 비교가 도대체 무슨 의미이며 무엇이 날 이롭게 하는가. 나는 늘 언제나 여기에. 그 자리에 있었는데. 존재만으로 스스로 빛나고 있는데.하는 자각이 있었다.


남과의 비교가 의미 없는 이유는, 사람 사는 세계에선 남과의 비교란 순전히 물질.과의 비교이기 때문이다. 물질은 변한다. 체인저블한 물질에 왜 그토록 집착하고 욕망하고 물질의 소유로 사람을 판단하고 가치를 평가하는가. 변하지 않는 내면의 빛에 귀 기울이면 모두가 평등한 것을. 모두가 그 존재 자체로 빛나고 있는 것을.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을. 그 세계에선 우리 모두는 존귀하다. 그러니 나와 너의 구분이 없다.


우리가 진짜 신경써야 할 것은 내 안의 소리다. 내면과의 소통이다. 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일시적일 뿐 지속되지 않는다. 그 물질이 사라지면 또 다시 집착하고 불안해하고 전전긍긍한다. 변하지 않는 것. 보이지 않는 것 너머의 것을 볼 줄 아는 지혜. 이런 것들이 궁극적인 깨달음과 안녕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진리는 단순하다. 깨달음도 깨달았다가 아닌 깨달았으나 깨달았다는 걸 모르는 상태. 색즉시공 공즉시색. 텅빔 속에 텅빔으로서 존재하는 상태. 내가 찾고자 하는 궁극적 실재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 우리 모두는 이미 깨달은 자라는 것이다.


일상에서 내가 안정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건, 알아차림 그리고 바라봄이다.


그럼에도 불쑥불쑥 에고가 와우. 7월이면 8,9,10... 곧 내년이 다가올 것만 같은 조급함과 불안함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아니란 걸 알아차리면 된다.  


사실 계획적이기 보다 즉흥적인 면이 많다. 이제 더는 먼 미래를 바라보지 않는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을 만끽하는데 집중한다. 실재하지 않는 미래. 꿈같은 허상인 미래를 위해 오늘을. 지금 여기를.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내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하기. 좋아하는 게 있으면 내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하기.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지금 당장 먹기. 내 취향의 꼭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사기.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지금 당장 만나기.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듣고 마음으로 듣지 말로 기로 들어라."는 장자의 말이 떠올랐다.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듣기.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다보면 순간순간 직관적인 앎과 지헤가 찾아온다.


깨달음이란 거창한 것이 아닌 순간순간의 알아차림과 직관과 지혜의 펼쳐짐이다. 진짜 나는 결국 나 자체였음을 알게 된다. 가끔 우스갯 소리로, 나는 누구 여긴 어디.할 때가 있지 않나. 누군가 내게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물어보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나는 여기에 있어요. 언제나 그랬고 늘 그 자리에 있었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지금 당장 알아보기. 알아보고 결정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시작하기. 7월의 첫 날. 오늘 오전 내가 할 일이다. 어떤 배움이 어떤 즐거움이 어떤 재미가 어떤 기쁨이. 어떤 세계가 또 펼쳐지게 될까. 그 속에서 또 어떤 어려움과 고난과 실패를 마주하고 그 속에서 꽃을 피우게 될까.


기쁨이와 슬픔이. 성공과 실패. 모든 건 하나다. 낮이 있어 밤이 있고 밤이 있어 낮이 있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현실의 세상은, 세계는 이런 펼쳐짐이다. 물질 세계가 돌아가는 원리를 알면 세상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큰 선물을 가져다준다.


자, 그럼 어디 시작해볼까. 지금의 세상은 내게. 그동안 쌓아온 크고 작은 깨달음과 지혜를 요렇게 저렇게 요리조리 시험해보는 재밌는 실험실이자 놀이터다. 그러니 무엇이 두려울까. 절로 펼쳐지는 대로 내맡기니 삶은 내 의식이 만들어낸 꿈이요, 한 편의 영화이자 허상이었다. 여전히 할 수 있는 일은, 현시에 머무른 것 뿐. 이것이 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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