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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Jul 02. 2024

마음을 마시멜로로 만드는 방법  

자기 전 침대에 누워 보드라운 발 살갗을 비비고 바싹한 크래커처럼 바싹바싹 잘 말려진 이불 위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거린다. 얼굴 오른쪽은 폭신하고 낮은 배게에 푹 기대면 "꺄악 이런게 행복이지. 아. 행복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길을 가다가도 풀잎 하나에, 꽃 한송이에, 파란 하늘에, 내 주위를 맴도는 나비 한마리에, 보슬보슬 내게 살포시 닿는 빗방울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미소에도, 따뜻함을 느낀다. 내 앞에 펼쳐지는 모든 것이 꼭 선물같다.


조금 전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 왔다. 두 눈을 감았다. 잠깐 동안의 명상이 내겐 쉼이고 에너지 저장소다. 눈떠보니 10분이 훅 지나가 있었다. 눈을 똑 하고 떴을 땐, 잠깐 다른 세계에 갔다 온 듯한, 꿈인지 생시인지. 새로 태어난 기분이 든다. 정신이 맑아졌다는 것과 같다.


길을 걷다 잠시 공원 벤치에 앉아 시시로 수시로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명상이 내 의식을 명료하게 한다. 깨어있게 한다. 아주 잠깐 불어온 실체없는 우울감이 이리도 쉬이 사라졌다.


요거트를 주문해야 하는데 평소 먹는 그릭 요거트가 품절이다. 꾸덕꾸덕한 것이 취향인데, 입고 알림을 해두었다. 버스 안에서 이것저것 주문할 것도 마치고 책도 십여 페이지 읽었다. 아주 알뜰하게 보낸 셈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백팩을 멨는데, 비장한 각오 내지 다짐, 의지로 멨으나 왜 이토록 무겁게 느껴지는 걸까. 평소 깃털처럼 가벼운 패브릭 가방을 줄창 메고 다녀서 그런지. 분명 같은 물건을 넣었는데, 백팩의 무게 때문인지 무척이나 버겁게 느껴졌다. 단 하나있는 백팩인데. 그렇게 백팩의 무게감으로 내 몸이 피로해진바, 비장한 각오도 이와함께 안드로메다로 가버렸다. 이 조차도 받아들인다.


나와의 인연이 다한 것 같기도. 내 마음이 도통 가질 않아서기도 하고. 결코 무거운 무게가 아님에도 버겁게 느낀다는게 여느 마음 같지 않아서다. 오랜 시간 메기도 했고 곧 이별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가는 도중 공원을 지나오면서 한 십 여분의 명상덕에 다시 에너지를 회복했다.

그러곤 다시 가방을 드는데, 몇 십분 전과는 다르게 덜 무겁게 느껴졌다. 결국 모든 것은 내 안에 있었구나. 내 앞의 물건도, 내 앞에 나타난 현상도 사실 그 어떤 것도 문제가 없다.


내 의식. 내 마음 작용에서 비롯된 것이란 걸. 내 마음에 불쑥인 사특한 마음이 아니었을지. 내 마음에서 오는 어떤 집착이나 두려움, 불안, 우울감이 아니었는지. 내 안을 들여다본다.


뚜벅이인 나로선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버스다. 자주 타면 그 버스가 나의 전용차가 되어준다. 언제부터인가 맨 뒷자리에 앉는 것이 편해졌는데, 사람들이 붐비지 않을 때 더욱이 시야도 넓고 책읽기에 적합한 자리라는 생각에서다.


버스를 탈 땐 항상 "안녕하세요~!"한다. 상대 버스 기사님이 인사를 받아주던 받아주지 않건 전혀 상관없다. 어쩌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자동반사적으로 인사를 건네려는 순간, 재빠르게 먼저 인사를 해주시는 분들을 볼 때면 버스에 오르는 마음이, 내려서도 한동안 마음이 퐁퐁해진다. 마시멜로처럼 말랑말랑해진다. 그런데서 느낀다. 모두는 다 연결되어있다고.  


한 번은 버스를 탔는데, 기사님이 버스에 오르는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어린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보였다. 느낄 수 있다. 진짜 인사인지 아닌지. 진짜 미소인지 아닌지. 그 기사님은 분명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임이 틀림없다고. 자기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틀림없었다.


카페에 가서든 어디를 가서든, 인사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미소 하나만으로도 나는 너와 다르지 않다고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고. 나는 너를 본다고.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 그런 바이브의 사람이고 싶다.


내가 나를 사랑하듯. 내가 나를 존중하듯. 타인이 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 나와 같이 대할 수밖에 없다.

자기 사랑이 곧 이타적인 사랑이고 이타적인 사랑이 곧 자기 사랑이다.  


고독 속의 나를 지그시 바라본다.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서른 후반의 나의 고독이 필연이었다고 깨닫게 됐다. 내가 지금까지 혼자인 이유도 모든 것엔 다 이유가 있겠지. 내게 경험되어지는 모든 것엔 다 이유가 있겠지. 나의 성장을 위한 것임을 안다. 


그러니 집착할 것도 아쉬운 것도 쓸쓸한 것도 외로울 것도 없다. 고독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보는 방법을,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보는 방법을, 작은 구멍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보는 방법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음은 어떤 방식으로든 내 앞에 자기의 존재를 드러낸다. 역설적으로 내게 고통과 괴로움으로 나타나 내 안으로의 여행을 떠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언제였든 내 안으로의 여행은 필연이었다.


그러니 마음이 꼭 내게 불리한 존재만은 아니다. 마음과 싸우지 말 것. 터득한 지혜 중 하나다. 마음 바라봄으로써 마음으로부터 멀어짐은 곧 알아차림이다. 마음으로부터의 멀어짐은 하나됨과도 같다.  


말랑말랑한 푸딩처럼, 쫀득쫀득한 마시멜로처럼 마음을 관리하면 긍정적인 감정의 꽃들이 피어난다. 감사. 사랑. 존중. 용서. 이해. 용기... 마시멜로처럼 내 마음을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모든 것은 다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과 모든 문제는 집착에서 나온다는것.을 알아차리고 진짜 내 안에서 이는 충만함, 풍요를 오감으로 느끼면 된다.    


이런 크고 작은 삶의 지혜를 서른 후반에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도 예정된 길이었겠다. 그러니 지금껏 살아온 나의 모든 순간순간들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모든 것이 다 지금으로의 과정이었음을 인식하자 만족스럽지 못했던 과거의 순간들도 불안하고 두렵기만 했던 미래에 대해서도 무심해지게 되었다. 초연해진다는 건, 무심해진다는 건, 거창한 것이 아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 근력이기도 하다.  


달달한 카페 라떼 한 잔에, 몇 십페이지의 독서, 자유로운 글쓰기, 명상 하나로 내 마음은 이미 풍요로 가득찼다. 풍요의 꽃이 만발해 이미 내 마음은 마시멜로처럼 퐁퐁해졌다. 내 의식이 내 삶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삶, 펼쳐지는 삶. 그러니 사특한 생각과 말 쉬이, 함부로 할 수 없다.


그 생각과 말이 내 현실을 만들고 고스란히 내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부들부들한 계란찜의 속살처럼 마음을 정렬하는 일, 온 세상을 위하는 일이기도 하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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