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이다.
남들이 다 NO라고 할 때는 한 번쯤은 숨 고르기를 해도 괜찮다는 것을 지금의 나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24살의 겨울과 25살의 봄 사이를 살고 있던 나는 "NO"라고 말하는 모든 사람들을 배척했다.
남들 다 NO라고 할 때 혼자서 자기는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과 반대로 남들이 다 YES라고 하면 그냥 믿어버리는 사람 둘 다 사주가 나쁘고 곧 망할 사람입니다.
전자는 신강으로 후자는 신약으로 둘 다 "파격"입니다. 격이 깨어졌다는 것이 파격입니다. 파격적으로 살기에 늘 망합니다
출처 : 네이버카페 유교제가 『사주 안 봐도 사주가 좋은지 나쁜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中 발췌
저 당시의 나는 파격 그 자체였었다. 나에게 "안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영적으로 깨어나지 않은 우매한 이들이 나의 영적 성장을 방해한다고 굳게 믿었다.
영혼에 하자가 있는 사람들이 영성을 추구하고 수행을 하게 된다고 하는데, 영적으로 레벨을 구분하는 생각 자체가 미개한 생각이며 심리적 불안정 상태라는 것을 그 상황에 빠져있게 되면 절대 알 수가 없는 것 같다.
저 당시의 나는 참 내 맘대로 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직장생활도 별 만족을 못했고, 어릴 때 그리워했던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와는 성격부터 잘 맞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연애를 하게 되었는데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끊임없이 연인에게 갈구하면서 나의 의식은 더 어린 나로 퇴행하였다. 나의 연인은 내면이 안정된 사람이었다.
본인은 어느 한쪽이 의지하는 것보다 함께 서서 나아가고 싶다고 했었다. 그러면서도 나를 지지해 주던 사랑에 비해 나는 뜨겁게 타올랐다가 서서히 시들해지자 모든 것이 무료해졌다.
당시 나는 극한의 다이어트를 해서 살을 뺐었는데 요요가 올까 봐 극도로 예민한 상태였다.
그래서 뭔가 해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던 때 요가를 알게 되었고 지금은 천지에 널린 것이 요가센터지만 그 당시에는 요가원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차선으로 선도수련을 선택하게 되었다. 기 수련을 하는 동안은 편안하면서 내가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금방 타오르는 나의 성격대로 난 그곳에 매료되었다. 그곳에는 내 또래의 젊은 수강생도 많았고 지도자들도 앳되고 나와 동갑인 사람도 있었다.
친절하고 따뜻하게 나의 내면을 다 안다는 듯 수용해 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비전에 동참하자고 하였다. 그 당시 20대 초중반의 나를 포함한 많은 청춘들이 그 선도수련단체로 들어갔었다.
의외로 명문대 재학생, 학교 선생님, 나와 같은 병원종사자들 이러한 겉보기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 모이니 뭔가 퀄리티 있고 힙한 곳인 듯 도취되기 좋은 조건인 것이다.
하지만 거기 모인 우리 중 누구도 아래의 패턴을 벗어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수행이라는 명목으로 자발적 앵커 트리거 훈련을 시키면 자신의 내부 표상을 조작하는 상대에게 무조건 매력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정신이기에 레이키 힐러에게 복종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그때부터는 스스로가 스스로를 착취해서 자신을 세뇌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바치게 됩니다.
본래 세뇌는 심리 증상이 아닙니다. 가치관이 이상해진 것이지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연히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으로 치료되지 않습니다.
세상을 보는 세계관이 세뇌자가 제시한 방식으로 물들어서 가치 비중이 달라진 것입니다. 세뇌자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으로 착각하고 스스로를 자발적으로 착취해서 세뇌자에게 모든 것을 바치게 되지요.
출처 : 네이버카페 유교제가『레이키로 세뇌시키기』 中 발췌
그때 나는 병원 수술실에서 근무했었는데 불안정한 근무스케줄과 아무리 잘해도 더 잘난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공무원이나 학교선생님이 되어서 나의 생활과 직장인으로 나의 균형을 맞추는 지금으로 치면 워라밸을 추구했었다.
그런데 막상 시험 준비를 해보니 만만치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선도수련의 지도자가 나에게 함께 민족의 미래를 살리자는 제안을 했었다.
나는 그렇게 외로운 모지리들끼리 모여서 경쟁사회에서 치열하게 열심히 하기 싫어서 새로운 이상 세상을 만들겠다는 정신승리를 시전 하면서 그렇게 숨어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