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시대예보'를 통해 느낀 것들
책 '시대예보'를 드디어 완독 했다. 날씨를 예측하는 일기예보처럼 앞으로 펼쳐질 시대의 흐름에 대해 예보한다는 내용으로, 핵가족 시대를 넘어 핵개인의 시대가 펼쳐지는 현재와 미래를 다루고 있다. 공감되는 내용이 참 많았기에 책의 내용 중 일부인 '서사'에 관한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갈수록 주체적으로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개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평생직장의 개념은 더 이상 사회적 통념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었고, 이른바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는 동료들을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자연스레 개인의 영향력은 커지기 시작했고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표현처럼 이제는 개인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저자는 자신만의 서사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자신이 걸어온 길에는 자신만의 취향과 가치관이 담겨있어야 하며 이를 기준으로 개연성 있는 서사를 그려나갈 때, 앞으로의 시대에 핵개인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퇴사를 앞두고 늘 하던 생각이 있었다. 훗날 나의 삶을 돌아봤을 때 다양한 경험과 직업들로 기억되고 싶었다. 6년간의 대기업 직장인, N년 간의 바리스타, N년 간의 글 쓰는 작가, 그리고 앞으로 또 꿈꾸게 될 N년 간의 무언가.
나만의 기준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선택을 이어나간다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서사가 계속해서 그려질 것이다.
나만의 이야기가 담긴 삶을 살아간다는 건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서사가 중요해지는 시대를 맞이하기까지 우리는 왜 이렇게 먼 길을 돌아온 걸까.
우리는 각자 다른 특징과 역량, 관심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일련의 교육 과정을 거쳐 사회에서 정해놓은 몇 가지의 틀 안에 스스로의 모습을 욱여넣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취업 준비를 할 때만 보더라도 내가 가고 싶은 회사보다는 나를 뽑아주는 회사에 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 보니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서는 관심이 소홀해진다. 가장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는 사회생활의 출발점에서 이미 주체성을 잃은 채, '을'의 입장에서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다.
산업화 이래로 오래도록 고착된 '일반화'와 '표준화'의 맹점으로 개인은 사회에서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하였다. 그러나 점차 주체적인 사고와 다양한 삶의 방식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 아닌데'와 같은 자각을 하게 되었고, 3-40대에 이른바 '늦은 사춘기'를 겪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 하나의 변화를 앞둔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산업화를 맞이하며 '표준화'라는 키워드가 세상을 지배한 것처럼, '핵개인'과 '주체성'이 새로운 키워드로 자리 잡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게 아닐까. 사실 이미 그런 시대가 시작된 것 같기도 하다.
갈수록 세상은 빠르게 변화한다. 앞으로 펼쳐질 시대의 사람들은 과거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일들을 업으로 삼아 살아갈 것이며, 빠르게 순환되고 대체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가치관을 담은 나만의 서사가 필연적으로 필요하다.
시대예보를 통해 나의 인생을 계획해 본다. 앞으로 그려나가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 지키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지, 세상에 펼치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