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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May 12. 2023

교감의 월급

얼마나 될까?

매달 17일에 월급을 받은 지도 25년이 넘은 것 같다. 군 생활 할 때에는 10일에 받았다. 생활에 쪼들릴 때에는 월급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이제는 그러지 않아서 참 감사하다.



어렸을 때부터 돈에 사무치며 살았다. 홀어머니와 함께 시골 학교 관사를 얻어 함께 지낼 때까지 어린 시절부터 줄곧 셋방살이로 살았다. 사글세(다달이 방을 빌려 쓴 값을 집주인에게 내는 돈)가 밀릴 때에는 쫓겨나기도 했다. 이불 한 보따리, 가제 도구 한 보따리 들고 어머니 뒤를 졸졸 따라갔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당시 집이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방 한 칸이라도 괜찮으니 쫓겨날 염려가 없는 우리 집이 있었으면 했다. 나의 장래희망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다달이 월급을 받으면 방세를 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월급이 꼬박꼬박 나올 수 있는 직업을 얻을 수 있는 대학으로 진학했다. 학력고사를 보던 시절이었다. 지원한 대학에 가서 직접 시험을 보는 제도였다. 집안 사정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다른 대학으로 진학했을 것이다. 취업이 빠른 쪽으로 선택한 대학은 아담했다.  처음에 생각했던 회사원과는 전혀 다른 진로를 가게 되었다. 이렇게 나는 매달 17일에 국가에서 주는 월급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 어르신들 표현으로 국가의 녹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



교감의 월급은 얼마나 될까?



몇몇 선생님들이 궁금해한다. 교감이 되기 전에는 나도 궁금해했다. 교사에서 교감으로 승진하면 월급이 엄청 오르는 줄 알았다. 승진 후 첫 급여 명세서를 보고 놀랬다. 선배 교감으로부터 들은 바가 있었지만 눈으로 직접 급여 명세서를 보니 정말 그랬다.



교원은 단일 호봉제로 월급을 받는다. 승진했다고 해서 특별히 호봉이 더 오르는 것이 아니다. 나와 비슷한 호봉인 교사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월급은 별반 다를 바 없다. 다만 직급보조비가 나오긴 하지만 이 또한 미미하다.



월급이 오르면 사람들은 주로 어떤 반응을 보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활 수준을 높인다고 한다. 예를 들어 소형차를 중형차로 바꾸고 월세에서 전세로 전환하고 명품 옷으로 구매한다든지.



내 통장에서 자동적으로 이체되어 빠져 나가는 것들이 있다. 공과금이라든지 통신요금, 정수기 렌탈비 등등. 그중에서 가장 애착을 가지고 결혼 초기부터 줄곧 해 오던 기부금(후원)들이 있다. 기부금(후원)들은 조금씩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매년 한 호봉씩 월급이 오르는 것만큼 기부금(후원)이 늘어나는 추세다.



튤리안 차비진은『더 크리스천』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성경은 주님이 많은 받은 자에게는 많이 요구하신다고 말한다.(눅 12:48)

여기에는 수입이 늘면 소비보다 먼저 나눔을 늘리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월급 인상 같은 문제를 이런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그래서 세상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 준다. " (204쪽)



나눔은 종교인들만 열심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나라가 어려울 때 많은 이들이 자신의 것들을 나눴던 사례가 참 많다.



『백두산함』에서 눈시울을 붉게 만드는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백두산함>은 우리 국민들의 땀과 희생으로 만들어진 첫 해군함정이었다. 해방 후 국가 재정은 말할 수 없을 만큼 바닥이었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군함을 사들일 형편은 없었다. 이 일에 손원일이라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민간 차원에서 일어난 해군 만들기 운동은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부녀자들이 폐품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고 월급을 떼어 군함을 구입하는 일에 기부하며 여비마저 반납하면서까지 재정을 아껴 미군이 쓰다 버린 폐함과 같은 군함을 전투함으로 변모시킨 것이 <백두산함>이었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청렴결백하고, 백성을 위해 한 몸을 바쳤던 지방 수령의 이름과 그의 행적들을 기록해 놓았다.



재임 기간 중 너무나 청렴하게 공무를 수행한 나머지 퇴직한 뒤 집에 돌아가보니 사흘 째 아궁이에 불을 피우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집을 보게 되었다는 한 지방 수령의 이야기,


관청의 물건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손에 대지도 않고 자기 주머니로 챙기지 않았던 지방의 수령의 이야기,


자신의 월급을 털어 굶주린 백성들을 위해 아낌없이 내놓은 지방 수령의 이야기,


조정에서는 고위 공직자들이 당리당욕에 빠져 백성이 도탄에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름 없는 작은 마을의 지방관들은 자신의 백성들을 자신의 몸과 같이 사랑하고 돌보기에 헌신했다.



경남 거창고등학교는 졸업식 때 직업 십계명을 함께 읽는다고 한다. 직업 십계명 중에 하나를 소개한다.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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