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창수 May 12. 2023

교감의 독서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

교감이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감이라는 직위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수준을 갖추기 위함이다. 아직 나 자신을 돌아보면 참 많이 부족하다. 인격적으로 성숙한 교감, 존경받는 교감이 되고 싶다. 독서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참 많다. 요즘은 영상 세대라고 하지 않나.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에 최적화되었다고 포노사피엔스라고 부를 정도다. 손안에 꼭 쥐어져 있는 스마트폰은 편리한 도구임에는 분명한데 독서에는 방해물이 되기도 한다. 책 읽다가도 스마트폰을 찾게 된다. 한 번 스마트폰을 잡으면 일이십 분은 기본이다. 스마트폰만 안 해도 책 읽는 진도를 꽤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서하는데 시간을 쓰지 않듯이 교감들도 마찬가지다. 출근과 동시에 컴퓨터를 열고 공문을 열람한다. 쪽지도 확인해야 되고 교무실로 찾아오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 머리도 식힐 겸 인터넷 창을 연다. 그러면 일이십 분은 금방 간다. 만약 이 시간에 책장을 펼친다면.



퇴근하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청소기 돌리고 설거지하고 자녀들 챙기고. 바람도 쇨 겸 아내랑 잠깐 산책하고. 다행히 집에 TV가 없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쥐고 이곳저곳 둘러보면 일이십 분은 기본이다. 만약 이 시간에 책장을 펼친다면.



책 읽을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책 읽을 의지가 없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교감의 독서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다.



선생님들 눈이 참 예리하다. 우리 교감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단박에 알아차린다. 독서의 깊이는 글쓰기, 말하기에서 드러난다. 교직원들과의 대화에서 교감의 수준이 드러난다. 상황에 맞는 어휘, 낱말을 적절히 구사하게 되면 눈빛이 달라진다. 교직원들에게 여러 가지 전달해야 할 사항들을 쪽지에다가 글을 써서 알리는 경우가 많다.  간단한 알림글이지만 이것도 일종의 글쓰기다. 교감의 수준이 드러난다. 교감이 가장 많이 접하는 글쓰기가 있다. 바로 공문이다. 기안문을 쓰는 일도 공적 글쓰기다. 글쓰기는 교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역이다. 탁월한 글쓰기는 독서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책을 많이 읽게 되면 글쓰기가 자연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도 교감을 유심히 살펴본다. 때로는 교감은 교사의 대변자가 되어야 할 때가 있다. 든든한 방패막이되어 주어야 할 때가 있다.



일대일로 학부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지만 다수의 학부모들 앞에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앞에 나와 이야기할 때 수많은 눈동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다행인 것은 나는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는다. 해야 할 말을 분위기에 맞게 이야기하는 편이다. 말하기 실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마 그동안의 독서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실력 있는 교감이 되기 위해 목소리를 깔거나 표정 관리를 한다든지 할 게 아니라 말과 글로 드러내면 어떨까! 요즘 학교마다 소통창으로 밴드를 만들어 소식들을 올린다. 이때 교감의 댓글은 교감의 실력을 드러내기 아주 좋은 도구가 된다.



나는 보란 듯이 독서 이력을 과감히 노출시킨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인터넷 독서 기록장인 '이창수의 서재' 블로그 화면으로 고정시켜 놓았다. 취미가 독서인 사람이고 지금까지 이만큼 독서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다른 것보다 독서 자랑한다고 손가락질당하는 경우는 못 본 것 같다. 자식 자랑하면 팔불출이라고 하고 자기 자랑하면 왠지 가볍게 보이기 마련인데 독서만큼은 평가가 후한 것 같다.



 '우리 학교 교감은 독서광이야'라는 소문은 참 듣기 좋다!




나도 적당히 쉬고 싶다. 머리 쓰지 않고 멍하니 스마트폰 보고 싶다. 작은 습관들이 모이고 모이면 결국 내 인생이 되기에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오늘도 짬짬이 책을 읽는다. 오전에 집안 청소 끝내고 읽고, 마트 다녀와서 읽고. 고작 얼마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책을 읽는다. 두꺼운 책이라도 조금씩 읽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끝이 보인다.


이전 12화 교감의 월급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