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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May 12. 2023

교감은 주말에도 일한다~!

교감의 주말

토요일 아침 8시 32분, 우리 학교 선생님 이름이 벨 소리와 함께 휴대폰 창에 떴다.  



'토요일. 그것도 토요일 아침 9시 전에.  선생님이 교감에게 전화를 건다?'



뭔가 일이 있는 게 틀림이 없다. 짧은 순간이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린다. 가족 중의 한 분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고 한다. 지난밤에. 경조사 휴가로 며칠 쓸 수 있는지 물어보셨다. 잠시 확인하고 다시 전화드리겠다고 했다.



주말에도 학교 일을 가정에서 봐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태풍 피해가 예상되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교육지원청에서 각 학교 교감들에게 피해 정도를 확인하는 비상 연락망을 돌린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을 때 혹시 학생들 피해가 없는지 조사하라고 긴급 연락이 왔다. 담임 선생님들에게 물어보고 결과를 집계하여 해당이 있는지 없는지를 보고했다. 빠른 시간 안에.



교직원 복무와 관련된 일은 주말이라고 해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몇 번의 경험이 있었기에 구체적인 매뉴얼이 담긴 인사편람 책자를 집에다가 한 부 구비해 놓았다. 평소에 잘 알다가도 갑작스럽게 물어보면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검색을 해서 알려드려도 되지만 각 시도별 지침이 다른 경우도 있어서 꼭 책자를 살펴보고 알려드린다. 캡처한 사진과 함께 해당 교직원들에게 전송해 드린다.



오늘도 선생님께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 가슴 아픈 일이다. 그 와중에도 선생님께서는 수업 걱정을 하셨다. 걱정하지 마시라고. 학교에서 알아서 할 테니 잘 보내드리고 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는다.



그다음부터는 월요일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을 세운다.  사전에 예고된 것이 아니기에 현재로서는 대체 강사를 구하기가 어렵다. 교감인 내가 임시 담임으로 들어가면 될 것 같다. 해당 학년 시간표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고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생각해 두면 된다.



작년에 있었던 일이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였다. 2학기 개학 후 첫 토요일, 선생님 한 분이 전화를 걸어오셨다. 키트 검사를 했는데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복무 지침 상 7일 간 격리다. 건강 잘 회복하시라고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토요일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일을 시작해야 했다. 7일간 담임 선생님이 공석이니 대체 강사를 구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지인들을 통해 물어 물어서 강사 한 분을 어렵게 구했다.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경찰서에 보낼 아동학대전력조회서 및 성 관련 조회서를 작성했다. 동시에 계약서를 작성해야 했고 관련 서류 등을 받기 위해 기관에 연락을 하고 기안문을 작성하여 학교장에 결재를 승인받아야 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교육지원청에 강사 채용도 보고해야 했고 임시 담임으로 오시는 강사 선생님께 다음 날 수업 준비를 위해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했다. 주간학습예고라든지 컴퓨터 비밀번호 등등의 세세한 것까지.  코로나 양성 반응을 보인 선생님께 연락을 해서 각종 자료를 보내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또 한 분의 선생님이 전화를 걸어왔다.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했다. 이번에도 잘 쉬시라고 말씀드린 뒤 또 강사를 구하기 위해 이쪽저쪽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그날 토요일만 코로나 양성을 보인 네 분의 선생님의 공석에 대비해 쉬지 않고 일해야 했다. 한두 명의 담임 공석은 어찌어찌 방어할 수 있었지만 갑자기 한 날 한 시에 네 명의 담임이 공석이 되니 앞이 깜깜했다. 그날 토요일은 온종일 전화만 붙잡고 있었던 것 기억이 난다.



참고로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교감은 아파서도 안 되고 아파도 학교에서 아파야 한다는 웃픈 얘기가 교감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다.



선생님들이 출근을 못하면 교감이 대신 수업이며 일 처리를 해 줄 수 있지만 교감 일을 누가 대신 해 줄 수는 없는 실정이었다.



선생님들에게도 참 힘든 시간이었고 가슴 아픈 시기였다. 누가 코로나 걸리고 싶어도 걸렸겠는가. 하지만 교감의 입장에서는 토요일 웬 종일 강사 구하느라 정말 쉼 없이 전화 돌리고 일해야 했다. 선생님들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들으면 피곤함이 싹 가시겠는데 그들도 몸이 아프고 여유가 없었던 터였다.



오늘 아침 전화를 받으면서 작년 일이 생각났다.



우리 학교 교직원들이 46명이니 예기치 못한 상황들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늘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교감은 주말에도 학교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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