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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May 12. 2023

교감도 시간표가 있을까?

교감의 시간표

개인마다 하루하루 일주일 단위로 시간표를 세워 생활을 한다. 직장인들은 거의 일과표가 짜여 있을 것이다. 코넬리우스 플랜팅가의 <설교자의 서재> 책을 보면 설교자들의 일주일 시간표는 설교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계획되어 있다고 한다. 독서 계획으로 짜여 있고 독서한 것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설교문을 작성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학교 선생님들은 어떨까?

당연히 선생님들도 여느 직장인들과 다를 바 없다. 시간표 따라 착실하게 생활한다. 다만 다른 점은 수업 시간표라는 점이다.



시간표라는 것은 시간을 나누어서 시간대별로 할 일 따위를 적어 넣은 표라고 하지만 선생님들에게는 이미 연간 수업 시간양이 정해져 있어서 시간표에 가지런히 채워 넣기만 한다. 퍼즐 조각 맞추는 것처럼.



물론 해당 학급의 수업 시간표는 선생님들의 재량권이 반영된다. 과학실이라든지 음악실, 미술실과 같은 특별실을 사용할 경우에만 공동의 합의된 규칙을 따라 배정된 시간표를 할당받는다.



학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선생님들의 시간표는 빈틈이 없다. 수업을 마친 뒤 퇴근 전까지 약 2시간 동안은 나름 계획을 세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짬이 있지만 그 시간도 이미 예정된 회의 또는 업무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번 주는 선생님들마다 오후 시간은 학부모 상담으로 꽉 채워져 있을 것이다. 선생님들에게도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 있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아이들과 만나 수업하고 생활하면서 선생님들은 정신적으로 심적으로 많이 소진된다. 쉼을 가져야 가르치는 일에 더 힘을 낼 수 있다. 선생님들이 바쁘지 않도록 교감은 신경을 써야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역량을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감은 학교에서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교감도 선생님들처럼 시간표가 있을까?  

나의 시간표는 이렇다.



08:30~ 09:00  아침 등교 학생맞이, 교통 봉사

09:00~ 10:00  일일보고 및 교장님과 대화

10:00~ 12:00  공문 열람, 기안 결재, 각종 메시지 수신 및 전달, 전화 수신

12:00~ 13:00  점심 식사 및 간단한 운동

13:00~ 17:00 교감 업무, 교직원 면담, 학부모 상담, 회의 참석, 출장  등.



(오늘 13:00 에는 시청 건설과 담당자와의 만남이 있음.  학교와 인접하고 있는 아파트 주차장이 장마 때 산에서 내려오는 물로 인해 피해가 있다고 함. 학교 부지 사용 승낙을 받아 배수로 확장 공사를 하려고 함. 학교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관계자들이 모임. 교감도 배석해야 됨.



참고로 학교 안 각종 위원회의 위원장은 대부분 교감이다. 정확히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열몇 개의 위원장직을 겸직하고 있다.)



참고로 나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난다.



04:30~ 04:50 새벽기도회에 가고 싶다는 청년을 픽업하러 감

05:00~ 06:00 새벽기도회

06:00~06:20  쓰레기 분리배출, 이부자리 정리

06:20~06:40  세면

06:40~07:20  아침 식사

07:20~07:50  커피 한 잔, 독서

07:50~08:30  출근



업무를 볼 때에는 최대한 집중도를 높이려고 한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는다고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서 간혹 보이지 않는 곳에 가서 팔 굽혀 펴기를 한다. 15번, 20번 하면 어깨가 뻐근해져 온다.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업무를 본다. 컴퓨터 앞에서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다른 것 검색하려는 유혹을 이겨내려고 한다.



차라리 틈새 시간을 아껴 책상 곁에 쌓아둔 책을 한 줄이라도 읽으려고 한다. 요즘 틈틈이 읽고 있는 책은 <최신 교육과정 재구성의 이론과 실제>, <기후변화와 신 사회계약>이다. 당장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읽어 두면 언젠가는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손에 잡히는 대로 읽으려고 한다.



중간중간 교감이 필요해서 교무실로 찾아오는 교직원들이 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이야기를 듣는다. 가부 간의 결정을 내려야 할 일도 있다. 사람을 대하는 일은 늘 신경이 쓰인다. 감정을 읽어야 하고 최대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경청하려고 애쓴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은 집에 가서 저녁 먹은 뒤 9시 전에 눈이 잠긴다. 어젯밤에도 자고 있는데 아내가 전화가 왔다면 핸드폰을 갖다 주었다. 나는 잠결에도 전화를 잘 받는다. 나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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