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내가 아는 지식을 모든 사람이 다 아는 것이 아니다. 설명 한 뒤에는 질문이 필요하다. 상대편이 이해했는지를 알기 위해. 설명도 중요하지만, 질문이 더 중요하다. 저 사람이 알아서 해 주길 바라는 것은 언어에서는 가장 큰 폭력 중에 하나다.
5월 1일(월) 근로자의 날에는 노동자들이 쉬는 법정 기념일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등교하는 날이지만 급식, 돌봄 등이 지원이 안 되는 날이기에 대안으로 체육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일명 '명랑 운동회' 다.
체육대회 건을 두고 선생님들과 회의를 했다. MZ 선생님들의 생각이 X세대인 나의 생각과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생각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첫 단추를 잘 못 끼웠다. 선생님들의 의견을 한 번 더 확인한 뒤에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절차를 했어야 했다. 의견 수렴 과정은 불편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는 면은 있으나 생략해서는 안 되는 과정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MZ : 학부모님들이 체육대회에 꼭 와야 되나요?
X : 학교 급식이 안 됩니다. 가족들이 준비한 도시락으로 함께 먹어야 합니다.
MZ : 가족이 못 오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소외감이 느껴질 것입니다. 학부모님이 안 왔으면 합니다. 체육대회를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등등
X : 도시락을 싸 오지 못하는 아이들은 학급별로 담임 선생님께서 챙겨 주시면 좋겠습니다. 체육대회 취지 상 가족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MZ : 교실 공간을 개방해 드릴 수 없습니다. 보안 상의 문제도 있습니다. 전염병 감염의 위험이 우려됩니다. 등등
X : 당일 기상(강풍, 먼지 등)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점심 식사를 운동장에서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한하여 교실 공간을 개방해야 합니다.
MZ : 학부모들을 위한 천막을 별도로 설치해야 되나요? 운동장 주변에 앉아서 점심을 먹을 공간이 좁지 않을까요? 돗자리 규격을 제한해야 되지 않을까요? 등등
X : 너무 디테일한 부분까지 준비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문의에 일일이 답변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큰 테두리 안에서만 방향을 정하고 나머지는 상식 선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MZ 학부모 : (담임 선생님께 들어온 문의) 체육대회 당일 날 가스버너 또는 화기를 사용할 수 있나요?
체육대회뿐만 아니라 앞으로 학교 행사를 준비하면서 생각의 차이를 좁혀 가는 일이 쉽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MZ 세대의 특징을 나름 이해하려고 하지만 아직 가슴으로까지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다시 한번 MZ 세대 특징을 새겨 본다. <결국 Z세대가 세상을 지배한다>
"시대는 세대를 만들고, 세대는 시대를 바꾼다" (72쪽)
"세대가 문제가 아니라, 바뀐 시대에 맞지 않는 조직 문화로 인한 문제" (156쪽)
"조직의 수평화가 조직 문화의 중심으로 대두되는 것은 시대의 당연한 선택이다" (149쪽)
"Core-MZ가 저항하고 저격하는 대상도 기성세대가 아니다. 사람이 아니라 공정하지 않은 관행에 대해 저항하고 싸우는 것뿐이다." (72쪽)
<MZ 세대의 요구>
나를 처음 만난 사람처럼 대해 달라. (느슨한)
내 영역에 들어오지 말라.(접근)
내가 주도하고, 내가 선택한다.(조직 거부)
내가 이해되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는다.(설명)
내게 지시하지 말고, 설명해 달라.(피드백)
내가 성장해야 조직이 성장한다.(퇴근 뒤 내 삶)
회식을 보다 사람이 싫다.(선택적 대면)
받는 것만큼 일한다.
착한 상사 콤플렉스라는 함정을 주의해야 한다. 리더는 칭찬도 필요하지만 잘못된 부분을 피드백해 주어야 한다. 쓴소리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고, 모든 업무를 다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