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창수 Jun 16. 2023

교감, 특별한 인연

책으로 시작된 만남

오늘 반가운 우편물을 받았다. 누런 봉투에 직접 손글씨가 적힌 우편물이다. 보낸 분 성함을 보니 익숙한 이름이다. 내용물을 대충 감이 왔다. 전에도 종종 보내왔다.



이 분과 인연을 맺은 것은 내 기억으로는 2018년 가을쯤인 것 같다. 당시 작은 학교연구회 회장을 맡아 사업을 추진하던 중에 선생님들과 뭔가 획기적인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실 속 작은 이야기라는 테마로 소소한 일상의 학교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 낼 계획이었다. 선생님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이 분야에 적임자를 초대해 강의를 들었으면 했다.



한 사람을 거쳐 이 분의 개인적인 핸드폰 번호를 알아냈다. 조심스럽게 이러이러한 취지로 초대하고 싶은데 시간이 괜찮으시냐고 여쭤보았다. 당시 상당히 바쁜 분으로 알고 있었기에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드렸던 기억이 있다. 몇 마디 주고받지 않았는데 나의 진정성을 알아주어서 그랬는지 바로 초대에 응해 주셨다. 이렇게 해서 맺어진 인연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고사리 손 같은 서투른 글 솜씨로 그해 작은 학교 교실 속 작은 이야기들을 묶음 형식으로 책을 출간하면서 추천사를 부탁한 적이 있다. 감히. 당돌하고 저돌적인 부탁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건 없이 정성을 담아 글을 보내주셨다. 아직도 이 추천사는 인터넷 서점 책 소개 글에 남아 있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요즘 꽃보다 강릉 작은 학교 교사들의 이야기 글 속에 폭 빠졌다. 서로 다른 색깔과 소리와 모양이 한 자리에 어울려 꽃처럼 눈길을 끌어 모으는 글 모음이다. 같은 학교 교직원들과 친해보겠다며 아침마다 커피를 내리는 선생님이 있고, 강낭콩을 심어놓고는 아이들 말과 감정의 흐름을 마음에 담으며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는 선생님이 있다. 작은 학교 사람들의 삶이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고 행복해하는 선생님, 아침마다 꽃들로 가득 찬 꽃밭으로 출근하는 것처럼 설레며 교실 아이들을 만난다는 선생님, 인생은 사랑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이들을 더욱 사랑하겠다 다짐하는 선생님. 경포초등학교와 경포대초등학교가 다른 학교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아이들을 이기려 드는 자기 자신을 괴로워하는 선생님 이야기도 짠하다" (교실 속 작은 이야기, 추천사)



이후로도 따끈따끈한 신작 책들을 오늘처럼 우편물로 보내오셨다.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옥남, 양철북)

배추 선생과 열네 아이들(탁동철, 양철북)

길러지지 않는다(탁동철, 김종숙 그림, 낮은 산)



책을 매개로 특별하게 이어오고 있는 관계다. 그렇다고 얼굴을 자주 보는 것도 아니고 식사를 함께 한 적도 없다. 그야말로 책으로 맺어진 인연이다. 나는 정성스럽게 책을 읽고 느낌을 솔직하게 글로 쓰고 이곳저곳 쓴 글들을 공유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보답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