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이지만 일상의 삶의 자리를 벗어나 낯선 환경,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 그 자체가 회복되는 느낌이다. 백만 년 만에 가족이 여름철을 맞아 깜짝 여행을 떠났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자주 다녔던 여행도 이제는 한자리에 같은 장소로 떠난다는 것이 보기 좋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 나이 들수록 더 그렇겠지 생각하면서도 최대한 가족이 모이는 시간을 억지로라도 자주 만들려고 한다. 부모보다 친구가 더 좋고, 개인의 스케줄을 따라 살아가는 삶이 중요하지만 우리가 있게 한 가족을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무더운 여름, 자연 속에 들어오면 참 좋은 것이 많다. 에어컨 바람이 필요 없고 선풍기도 필요 없다. 도심지는 폭염 주의보로 무더위와 전쟁을 펼치고 있지만 이곳은 아침 기온이 22도 선선함 그 자체다. 계곡물이 흐르고 주위가 모두 숲이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열을 흡수하는가 보다. 물론 아이들은 숙소에서 에어컨을 마음껏 틀고 TV도 마음껏 보면서 집에서 누릴 수 없는 것들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아마도 이번 여행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아직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에어컨은 전기세 때문에 간간이 튼다. 그러니 이곳에 가자고 했더니 냉큼 쫓아 나온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아침, 아내와 함께 산책길을 걷는다. 아이들이 모두 따라와 주어 고맙다고 서로 이야기한다. 지난 저녁에는 바비큐장에서 숯불 삼겹살을 구워 함께 즐거운 식사를 했다. 반찬이라고는 김치 하나밖에 없지만 상추쌈에 고추, 마늘을 장에 찍어 먹는 것만으로도 그 어느 식단 부럽지 않다.
집에서 자동차로 약 한 시간 내에 올 수 있다는 점, 특히 여름철에는 무더위를 피할 수 있다는 점, 더 중요한 것은 주변이 참 조용하다는 점이다. 생각 외로 이곳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름도 무척 길다. 그래서 사람들이 찾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가족 깜짝 여행 장소로 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