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감정의 시작점

챕터 3 - 사랑의 정의

by 여우씨

사랑의 형태는 여러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애초에 사랑의 본질 자체가 무엇인지 모르겠는 상황에서 어떤 사랑인지 아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 좋아한다는 말은 쉽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꺼낼 수가 없었다. 비록 그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를 받는다고 해도.


사랑이란게 뭐냐고 묻는다면, 지금의 나는 '내가 변하고 싶게 만드는 것' 이라고 답할 것 같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변하려고 노력하고자 하게 하는 것. 나는 겪어보지 않았지만 왠지 그럴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것은? 그냥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일까.


"날 왜 좋아한다는건지 모르겠어."

-그럼 너는 그 사람을 왜 좋아하는건데?

"그야.. 친절하고, 다정하고.."

-상대방도 마찬가지 아닐까?


내면에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이유를 도통 알 수가 없다. 알고보면 실망할 텐데. 난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고, 가지고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데. 이렇게 상처가 많고 약하고 어두운 내면을 보여주면, 분명 나를 싫어할텐데. 하지만 한편으로는 혹시나, 이해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난 그 사람이 좋은 것 같아.

아니, 실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은 나의 모습이 좋은 거야.

사랑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뭔가 멋있잖아.

고작 작은 마음일지라도 남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거, 뭔가 뿌듯해.

그래 맞아. 사실 나는 짝사랑을 하는 내 모습을 짝사랑하고 있던 거야.

결국 상대방이 누구인지는 그닥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몰라.

어차피 끝이 날 관계이니까.


그렇게 나만의 작은 짝사랑을 끝내고 비로소 새로운 감정을 맞이하고 나서야

나는 내가 얼마나 바보같은 생각을 했었는지 깨달았다.



그 일은 하필 내가 아주 작고 초라할 때 일어났다. 갑자기 머릿속에 파직, 스파크가 일었다. 나는 그것이 단순한 일일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웃고 있는 그 사람을 보고 마음이 꽁기꽁기해지는 걸 보니 마냥 단순하지는 않았나 보다.


[혹시 걔가 날 좋아하나? 하면 99% 설레발이고, 혹시 그 새끼가 날 좋아하나? 하면 100% 맞다]


아주 유명한 문장이 있다. 하지만 짝사랑이란 무엇인가. 혼자 설레서 김칫국 마시고,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 연애를 시작했다 이별까지 풀악셀을 밟는- 매일매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감정이 바로 짝사랑이지 않은가. 나는 어느순간 짝사랑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시시각각 변하는 내 마음이 부끄럽고 초라했을 뿐.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잖아요]


어느 유명한 문구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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