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END - 평범하게 산다는 것
사람 사는 거 마음먹기에 달렸지. 그렇게 생각했던 것도 무너질 정도로 가끔은 내 몸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평범하게 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생각해보면, 내가 평범하게 태어나지 않았는데 그러길 바라는 것도 우습긴 하다.
- 기본적으로 예민해서 잠을 못 자는 건데, 이것도 유전이..
- 부모님 중에 어깨나 목이 쑤신다는 분이 계신가요? 이것도 일종의 유전이라서..
- 아토피나 알레르기 질환은 보통 유전이죠.
- 신경성 위경련과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스트레스 성이고..
- 모든 질병의 근원은 스트레스가 가장 커요.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를 달고 살고 병원을 밥 먹듯이 다녔다. 남들은 겪지 않는 고통을 나는 왜 겪고 있을까 싶었던 적도 있었다. 때론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 생활을 10년 이상 겪다보니 점점 무뎌졌다. 그렇게 완전히 무뎌진 줄 알았다.
'나는 괜찮아.'
그 생각이 부서졌던 것은 슬프게도 돈 때문이었다.
병원에 돈을 쓰다보니 문득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살려고 돈을 버는 거긴 한데, 행복하게 살려고 돈을 버는 거 아닌가? 아프지만 근근하게 버티기 위해, 삶을 연장하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라면 나는 그냥 이 삶을 포기하는 것이 나은가. 어느 쪽이 더 나은 선택일까.
어느날 머리가 펑, 하고 터졌다. 눈 앞이 뱅글뱅글 돌고 미간이 미친듯이 아팠다. 앉아있는 것도 힘들어서 엎드렸지만 머리는 계속 아팠고 눈꺼풀이 무거웠다. 결국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병원으로 가는 길에도 계속 눈 앞이 돌아서 중심을 맞출 수가 없었다. 마치 술에 취한 것 마냥 몸이 한 쪽으로 쏠렸다. 정신줄을 붙잡고 겨우 병원에 도착했지만 장시간 대기에 이미 몸이 피곤해졌다. 어지럼증 검사를 하는 내내 속이 울렁거려서 미칠 것 같았다.
"-이 검사를 하면 비용이 -정도 나오는데."
"네네."
하지만 내가 당장 아픈데. 돈이 무슨 소용이야, 일단 긁고 봐야지.
"이석증일 수도 있고, 전정신경염일 수도 있는데-."
귀에 있는 전정기관에 염증이 생겨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고, 뇌에서는 기관에서 보내는 신호가 멀쩡하지 않아 받지 못하는 것. 나는 가만히 있는데도 중심을 잡지 못해 어지러움이 발생하고, 그것은 멀미와도 같은 느낌을 받아서 울렁거림, 메스꺼움, 헛구역질까지 생긴다는 것이다. 급한대로 주사도 맞고 약도 처방받았지만 나는 3일을 시체처럼 살 수밖에 없었다. 이틀째 되는 날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반차를 내고 집에서 잠만 잤다. 4시간 정도 자면 1시간 정도 활동이 가능했다.
어느정도 회복이 된 후 겨우 살 것 같을 때서야, 나는 내 카드명세서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병원기록과 약 처방들. 집에 쌓여있는 약봉지와 번갈아보니 참 허탈했다. 스트레스 받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 신체는 생각보다 꽤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나 보다. 이렇게 심하게 표출이 될 만큼-.
하지만 어떡해. 버텨야지.
나 하나라도 어떻게든 먹여살리려면 방법이 없다.
우울하고 아프고 힘들고 현생이 힘들어도 결국 나에게 있는 동아줄은 아무것도 없으니.
나는 버텨야 한다.
이 아픔을, 이 시간을, 이 하루를.
살아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