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참고래를 위한 레퀴엠

(제주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아기 참고래를 만나다)

by 아이언캐슬

피 끓는 용암의 절규에

대지는 바다를 뚫고 일어난다

고함소리만큼 솟아오른 오름들


바다를 서식지로 정한 운명

육지를 잊지 못한 본능

죽음도 소통이라고 표본*조차 나를 부른다


살과 근육을 빼앗긴 골격 속에

고스란히 숨어 숨죽이는 심해의 언어

뼈의 표면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흐릴 만큼 거칠다

흘러간 시간의 밀도가 조밀함은

척추 세포 속에서 압사된 말을 전한다


제한된 감정으로 상상력을 다듬고

미완성의 방황과 좌절로

이승과 저승의 끈을 풀어

부검실로 향한다


구름처럼 바다를 떠돌아다녔던

아직은 가벼운 12톤,

아직은 작은 13m의 혼백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바다가 서식지이던

젖먹이 짐승이 육지에 묻힌다


한 살배기 이제 갓 어미의 젖을 떼고

한참을 깊은 바닷속 놀이터에서

뛰어놀아야 할 개밥바라기 별

복잡한 바닷길에서

어미의 손은 어찌 놓은 것인가

아기 잃은 어미의 가슴은

담장을 넘보는 능소화처럼 붉다

돌담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만큼 애가 탄다


너를 위한 통곡에 까치놀이 너울의 가슴마저 붉힌다

언젠가는 육지에 의해서 바다로 돌아갈 텐데

잠시만 이곳에서 쉬자


부검의는 너의 심장에 난 주저흔躊躇痕은 보았을까?


*제주 민속자연사박물관의 아기 참고래의 골격 표본


2023.10.29


고래는 현존하는 동물이지만 마치 전설 속의 생물처럼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거대한 생명체 중 하나이고, 실제로 보기가 쉽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제주 자연사박물관에 가면 입구에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거대한 표본이 있다. 수년 전에 제주 앞바다에서 인양한 참고래의 주검, 그리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고래의 부검. 나이는 한 살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는 그 아이.


혹시라도 지구인의 소홀함에 의한 환경의 문제였을까, 혹은 그 죽음이 의미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지 밝히기 위해서였을까? 하지만 부검에서도 그 아이의 죽음의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그의 죽음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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